미·중 갈등에 원화 환율 1480원대 급등… 금융위기 수준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 시 원화 환율 1500원 돌파 가능성 커

2025-04-09     윤승준 기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80원대로 치솟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격화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한때 1487.3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전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 뉴스1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1482.40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종가(1473.20원) 대비 9.2원 오른 수준이다.

이날 1484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원화 환율은 9시 9분에 1487.60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중 원화 환율이 1480원을 웃돈 건 작년 12월 27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 환율이 148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 13일(1483.5원)이 마지막이었다.

원화 약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미국은 상호관세 등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에 대응해 9일부터 모두 104%의 관세를 중국에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에 반발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관세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위안화 약세에 따라 원화 환율이 1500원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 통화로 분류돼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충격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의 급락 현상은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공산이 높다”며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에 동조화되기 보다 위안화 가치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간 환율전쟁 양상이 더 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약세, 즉 위안화 환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원화 환율이 1500원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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