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공포에 美 ETF 와르르… 파랗게 질린 서학개미
미국 관련 ETF 186개 연초 이후 146개 하락… 평균 등락률 –11% 美 급락에 하락 베팅 인버스ETF 빼고는 거의 전멸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도입에 글로벌 증시가 모두 흔들리면서 미국에 투자했던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추풍낙엽이다. 인버스(추종지수 하락 베팅) ETF 등을 제외하면 전멸 수준이다.
서학개미 열풍으로 뒤늦게 미국 주식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일. 지금의 고변동성 장세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배당주, 금 등 안전자산 ETF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0일 IT조선이 한국거래소에서 미국 관련 ETF 종목을 전수 확인한 결과, 8일 기준 국내 상장 미국 관련 ETF 186개 종목의 연초 이후 등락률은 평균 -11.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ETF 전 종목(926개)의 평균 등락률(–5.26%)을 6%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치다. 186개 중 80%에 가까운 146개가 올해 들어 하락했다. 3개 종목은 보합, 상승한 ETF는 37개에 그쳤다.
상품별로 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 상승에 베팅한 레버리지(2배 이상 상승 조합 파생상품) ETF가 하락장을 주도했다. 미국 대형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의 하락 폭이 51.1%로 가장 컸다.
나스닥 대표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 하락률이 46.5%로 두 번째였다. 이어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 -44.0%,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35.3%,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H)’ -35.1% 등의 순이었다.
레버리지를 제외해도 IT 관련 ETF는 거의 모두 부진했다. 나스닥 소속 AI 반도체 칩 기업을 담고 있는 ‘SOL 미국AI반도체칩메이커’ 하락률이 31.1%로 낙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설계에 특화한 팹리스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AI반도체팹리스’도 29.1% 떨어졌다. ‘KIWOOM 미국양자컴퓨팅’가 28.0%, 테슬라 등을 담고 있는 ‘KODEX 미국서학개미’가 27.9% 각각 내려갔다.
상승한 ETF는 인버스 또는 미 국채 선물 정도였다.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 H)’ 29.1%, ‘SOL 미국테크TOP10인버스(합성)’ 28.4%,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인버스(합성) 25.6%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미 국채 ETF에서는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가 9%로 선두였고 ‘TIGER 미국채10년선물’ 등 중기채 ETF도 3.8%로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ETF가 급락한 것은 기초지수인 미국 주가지수가 침체에 빠진 결과다. S&P500은 8일(현지시각) 4982.77로 장을 마치며 작년 말 대비 15.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우산업 하락 폭은 11.5%였고 나스닥 하락률은 20.9%에 달했다. 연초 이후 2% 떨어진 코스피보다 부진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도입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상호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상호관세 도입 시 보복 관세를 유발하는 등 무역 전쟁이 발생할 수 있고 무역 위축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은 침체 불안까지 주식시장에 수시로 주입하면서 주가 변동성의 레벨을 올려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식시장은 당분간 관세 불확실성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들이 픽한 미국 ETF 10%대 이상 하락
미국 증시 급락에 미국 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대부분 두 자릿수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솔루션 인포맥스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ETF 상위 25개 중 14개가 미국 관련 ETF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순매수 1위 종목은 S&P500을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였다. 개인은 넉 달간 8783억원을 사들였으나 등락률은 –14.1%로 처참했다.
개인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KODEX S&P500’ 올해 등락률도 –14%로 부진했다. 순매수 3·4위인 ‘TIGER 미국나스닥1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역시 연초 이후 등락률이 –18%, -18.1%로 저조했다. 테슬라를 담은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은 개인 순매수 6위였으나 하락률은 40.6%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미국 증시에 불황이 닥쳤지만 서학개미의 매수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3월 8일~4월 8일)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매수-매도) 규모는 43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3억달러)보다 82.1% 늘어났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미국 반도체 섹터를 3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 ETF(SOXL)’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는데 이 ETF의 1개월 등락률은 –60.5%로 굉장히 부진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 테슬라의 주가도 한 달간 15.5% 떨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호관세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해 무리하게 들어가기보단 시장을 관망하면서 금, 배당주 ETF 등으로 분산투자 전략을 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치달으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어 당분간 불확실성을 지속할 것 같다”며 “당장 들어가기보다는 미·중 관세 협상의 시그널 등을 지켜보면서 자산 배분 차원으로 금, 단기채권 등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해 당분간 분산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며 “배당 성장주로 구성된 미국 ETF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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