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노이즈 마케팅 집중하는 운용사 점검”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열고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 등 강조

2025-04-10     윤승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펀드 보수 인하 경쟁을 지적하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할 경우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복현 원장은 1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장,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대형사 간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기본 업무인 펀드가격(NAV) 오류가 반복돼 투자자 신뢰 훼손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NAV 산출 오류 발생을 초래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NAV 산출 오류는 펀드의 실제 자산 가치가 잘못 계산된 상태를 뜻한다. 펀드는 NAV를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거나 환매를 처리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잘못된 가격에 거래하게 된다. 지난달 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일부 ETF 종목에서 NAV 산출 오류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다.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상품운용 및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며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업무원칙과 내부규율을 재정립해 투자자의 믿음에 부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인의무의 충실한 이행도 촉구했다. 신인의무란 자산운용사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책무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들은 정기 주주총회 등에서 펀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책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된다”며 “그러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사례를 적시(Name&Shame)하는 등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겠다”며 “CEO도 조직 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산운용사들이 ‘K-운용’만의 차별화 전략이 출현할 수 있도록 고민·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펀드 운용규제 개선,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일본은 ‘자산운용입국’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고 영국·싱가포르 등 금융중심지도 운용산업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상품 다양성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한국시장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며 “업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당부하고 펀드 운용규제 개선과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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