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이름 비슷했지만 수익률 천차만별… ‘신한·한투 웃고·삼성 울고’

본격 상장 한 달 양자컴퓨팅ETF, 수익률 신한 15.8% 제외 나머지 4~5% 엔터주 ETF 수익률 한투 15%, 삼성 0.9%… “이름만 보고 투자, 지양해야”

2025-04-14     윤승준 기자

변동성 장세 속 이름이 비슷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양자컴퓨터 관련 ETF라도, 신한자산운용 상품은 한 달간 15% 상승했으나 삼성자산운용 등 나머지 4개 ETF는 4~5% 오르는 데 그쳤다. 바스켓 내 포트폴리오 비중의 차이가 격차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엔터주 ETF에서도 4대 기획사를 대거 담은 ETF가 나은 성과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이름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내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3월 11일~4월 10일)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은 한 달간 15.8% 올랐으나 나머지 4개 양자컴퓨팅 ETF는 4~5% 오르는 데 그쳤다. / 챗GPT로 제작한 사진

IT조선이 14일 한국거래소에서 확인한 결과, 최근 1개월간 양자컴퓨터 관련 ETF 5개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7.5%로 집계됐다. 하지만 종목마다 결과는 달랐다.

상장 한 달을 맞은 신한자산운용의 'SOL미국양자컴퓨팅'은 15.8% 올랐으나 나머지 4개 종목은 4~5% 오르는 데 그쳤다. 종목별로 보면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5.6%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5.5%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5.4% ▲RISE 미국양자컴퓨팅 4.9% 등의 수준이다.

양자컴퓨팅은 최근 자산운용업계 핫 키워드로 떠오른 상품이다. 지난해 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뒤 지난달 11일 KB자산운용·삼성액티브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이 동시에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자산운용사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알파벳과 IBM, 리게티컴퓨팅,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담고 있다.

양자컴퓨팅 ETF 1개월 수익률. / [그래픽=윤승준 기자] 

그럼에도 성과가 다른 것은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은 ETF에는 ▲리게티컴퓨팅(Rigetti Computing) ▲아이온큐(IonQ) ▲알파벳(ALPHABET) ▲디웨이브퀀텀(D-Wave Quantum)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알파벳을 빼면 모두 미국 양자컴퓨팅 전문기업으로 이들 3개 종목 비중은 46.1%, 절반에 가까웠다. 리게티컴퓨팅의 최근 한 달간 주가 등락률은 18.7%, 아이온큐는 44.3%, 디웨이브퀀텀은 55.5%로 높았다. 전체 편입 종목도 10개로 적어 양자컴퓨팅 전문기업 상승세를 톡톡히 봤다.

반면 다른 자산운용사는 이와 달랐다. 한화자산운용은 ▲IBM ▲마이크로소프트 ▲하니웰 인터내셔널 ▲아마존 등을, KB자산운용은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을 포트폴리오에 높은 비중으로 편입했다. 이들 기업은 양자컴퓨팅 전문기업보다 대형 빅테크 기업에 가깝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포트폴리오 편입 상위 종목에 알파벳을 포함해 ▲리게티컴퓨팅 ▲아이온큐 ▲디웨이브퀀텀 등을 넣었으나 그 비중은 31.8%에 그쳤다. 더군다나 ETF 전체 편입 기업이 18개로 많아 효과도 미미했다. TSMC·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도 편입해 있는 상태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편입 상위 4개 종목을 ▲디웨이브퀀텀 ▲알파벳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리게티컴퓨팅 등으로 배치했으나 알파벳을 뺀 3개 기업의 비중은 25.2%에 불과했다. 전체 편입 종목도 20개에 달해 양자컴퓨팅 기업의 주가 상승세를 타긴 쉽지 않았다.

양자컴퓨팅 ETF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 / [그래픽=윤승준 기자]

엔터주 ETF 간 수익률 격차 15%포인트

비슷한 이름에 상반된 수익률은 엔터주에서도 나타난다. 엔터주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POP포커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가 대표적이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대조적이었다.

한투운용 상품은 올 들어 10일까지 약 4개월 동안 15.7% 올랐으나 NH아문디 상품은 8.0% 상승했고 삼성운용의 ETF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는 4대 기획사(하이브·JYP·YG·에스엠)를 얼마나 편입했는지가 성과를 좌우했다. 한투 ‘ACE KPOP포커스’의 4대 기획사 비중은 95.3%로 대부분이었다. 이 기간 JYP Ent.(-14.5%)를 제외하고 에스엠 41.9%, 와이지엔터테인먼트 26.6%, 하이브 18.7% 모두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은 4대 기획사를 모두 합쳐 16.1% 편입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NAVER·크래프톤·카카오 등 IT 및 게임 기업 3곳이 62.2%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엔터주 ETF 올해 수익률. / [그래픽=윤승준 기자]

그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4’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도 이름은 비슷했으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미래에셋운용 -9.4%, 삼성운용 -15.5%로 6%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조선·해운 ETF인 ‘SOL 조선TOP3플러스’ ETF(26.8%)와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ETF(17.3%)와의 상승률 격차도 9%포인트 이상이었다. 

이 같은 행태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름만 보고 투자했다가 편입 종목과 비중이 달라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이를 두고 ETF 이름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 후 위험 감수 능력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원장은 “ETF 이름만으로는 펀드 속에 있는 투자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품 설명서를 읽어보고 필요한 경우 증권사에 문의해야 한다”며 “ETF에 따라 몇 개 종목에 집중돼 있거나 여러 개로 분산한 펀드들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위험 감수 능력을 항상 확인해 위험 감수 능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