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정체가 발목 잡을까 ③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

2025-04-14     변인호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대부분을 총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카카오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매각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설이 불거진 배경으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좌절된 점이 꼽힌다. IPO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돼 이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는 경기침체 장기화 말고도 기존 사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 IT조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분야는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사업, 음반·음원 유통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등 뮤직 사업,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등 미디어 사업 분야로 구분된다. 이중 스토리 사업은 카카오 전체 매출의 11% 비중이지만 자체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해 주력 사업으로 꼽힌다.

다른 사업은 글로벌로 아직 진출하지 못했거나 다른 사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음악 유통은 아직 한국이 중심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중국 음원 플랫폼 왕이원뮤직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북미·유럽·중동 등으로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음원 플랫폼 멜론은 유튜브 뮤직에 밀린다. 미디어 사업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가 필요하다. 독자적으로 생산(콘텐츠)와 유통(플랫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건 스토리 사업인 이유다.

스토리 사업 중요한데 성장 정체돼

문제는 웹툰·웹소설 산업의 성장이 정체됐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만 스토리 사업이 부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웹툰산업 규모는 2조1890억원이다. 웹소설 산업은 2022년 기준 1조39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성장세는 확연히 둔화됐다. 웹툰산업은 성장률이 2020년 65.3%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2021년 48.4%를 마지막으로 2022년 16.8%, 2023년 19.7%로 반토막 났다.

신규 흥행작 부족이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카카오 대표 IP ‘나 혼자만 레벨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된 웹소설이다. 동명의 웹툰도 2021년 본편이 완결됐다. 4~5년째 ‘나 혼자만 레벨업’만큼의 경쟁력을 가진 IP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작이나 웹소설 원작 웹툰인 ‘노블코믹스’ 자체가 화제가 되는 사례가 드물어졌다.

이는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2차 창작물인 드라마,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가 흥행해야 원작이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디즈니 플러스 ‘무빙’과 ‘조명가게’처럼 웹툰·웹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흥행한 뒤 원작 조회수가 대폭 증가하는 식이다. 드라마 ‘비밀사이’는 2월 27일 OTT 왓챠로 공개된 이후 일주일 만에 원작 웹툰 조회수가 5배, 웹툰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 패턴 변화가 정체 불렀나

웹소설·웹툰 IP 확장은 잘 이뤄지지만 웹소설·웹툰 시장이 정체되는 건 위기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는 회귀, 빙의, 환생 등 유사한 소재가 반복되는 것이 꼽힌다. 장르 다양성을 잃었다는 말이다. 소위 회빙환으로 불리는 소재가 잘 팔리니 해당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 대폭 증가하는 장르 과잉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스토리 중심 콘텐츠 사업 확장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미국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실적에서 확인된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실적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1명당 웹소설·웹툰에 쓰는 돈은 늘었다. 하지만 전체 이용자, 결제 이용자, 전체 이용자 중 결제 이용자 비율이 모두 하락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월간 결제 이용자 수(MPU)가 모두 감소해서다. MAU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2440만명이다. MPU는 같은 기간 7.6% 감소해 370만명으로 집계됐다. MPU를 MAU로 나눈 지불비율도 15.4%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대신 1인당 결제금액(ARPPU)는 고정환율 기준 8.3달러(약 1만1308원)로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이 같은 산업 정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 성장 정체와 콘텐츠 포화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실적 둔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라서다. 이는 기업가치를 낮게 책정하는 구조적 한계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로 거론되는 10조~11조원 수준의 매각가는 현실성이 낮다고 봤다. 기업가치 11조원으로는 매수인 찾기가 힘들 거라는 말이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