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관세 협상 불발시 美 빅테크 기업 과세"

2025-04-12     손희동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 미국 빅테크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균형 잡힌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매우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뉴스1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꺼내 든 카드는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였다. 그는 EU 최초로 미국 기업에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ACI는 다른 국가가 EU 및 회원국에 경제적 위협을 가할 경우 해당국이나 해당국 기업의 상품,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조달 참여, 금융 서비스 등을 제한하는 즉각적 보복 조치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를 EU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복 조치가 실현되면 EU 전역에서 미국 빅테크의 디지털 광고 수익에 세금이 매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글로벌 교역에서 완전한 변곡점을 초래했다”며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원회가 이전에도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EU 서비스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의 80%는 미국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가 상품 교역에서 얻는 흑자를 문제 삼고 나서자 미국이 서비스 교역에서 얻어가는 수익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문제 삼고 있는 EU의 부가가치세(VAT)와 빅테크 규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되받아쳤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고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EU도 협상을 우선하기 위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EU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계획했던 보복 조치를 자동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손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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