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충격'에 35조 푼다는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 어쩌나

금융당국, 연일 시중은행에 부실기업 지원 강조

2025-04-15     한재희 기자

시중은행이 미국의 상호 관세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수출 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35조원에 달하는 지원책을 꺼냈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지원 압박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방파제’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러다가 자본 비율이 악화하거나 부실 채권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전성 지표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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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이후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발표한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 규모는 약 35조원에 달한다. 당장 관세의 영향을 받는 기업의 유동성 악화를 막고 숨통을 틔워 주겠다는 의미다. 대출 만기 연장과 분할상환 유예, 금리 감면, 신규 자금 지원 등의 금융지원이다.

 이달 중 소상공인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맞춤형 소상공인 금융지원책도 발표한다. 최근 산불 피해를 겪은 피해자에게도 대출금리 감면, 만기 연장, 긴급 생활안정 자금 지원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연일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금융업이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이유도 있는데다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하에 곳간을 채운 만큼 위기 상황에서 ‘방파제’로서 역할을 다하라는 뜻도 담겨있다.

은행들은 경제 안정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는데 공감하는 모습이다. 자금이 부족한 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해 이른바 ‘돈맥경화’ 상황에 빠지지 않게 신규 대출 자금을 늘리기로 했다. 

다만 자본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것이 문제다. 상호 관세 영향으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 대출 상환 능력이 나빠지게 되고 해당 대출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리스크 관리 차원이다.

특히 취약 기업에 내주는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자산 가중치가 적용된다. 신용등급이 BB- 등급 이하인 기업에 대출하면 대출액의 150%가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된다. 

은행들은 ‘밸류업’을 통해 주주가치 환원을 약속한 상황에서 CET1에 영향을 주는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리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CET1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커질수록 CET1은 낮아진다.

올 연초 경기 둔화 국면 속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기업 대출의 문턱을 높인 이유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달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이 1조4000억원 줄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5년 3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줄었지만 은행들이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

이에 은행들은 BIS 자본규제와 관련해 기업 대출 위험가중치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RWA 가중치 하향조정 등 금융권 자본보강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기관 5곳 실무진이 참여하는 관세 충격 대책반을 구성했고 금융감독원도 5개반(총괄반·시장점검반·산업분석1반·산업분석2반·권역별대응반)을 구성해 매주 이복현 원장 주재로 상호관세 관련 회의를 하고 관련 실무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이후 연체율 상승과 부실 여신 증가 등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업 대출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에 두기 위해서는 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