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자'…대출 늘린 인뱅 3사, 연체율 비상에 외통수

외형자산 확대 주력 전략, 중저신용자 포용 정책 삐끗

2025-04-16     한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자산을 늘리며 외형 성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연체율 상승과 같은 건전성 위기로 이어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만큼 이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가계대출 규제에 이어 기업대출 마저 부실화 우려에 빠지면서 인뱅 3사의 여신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터넷은행 3사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조선

1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1.49%, 1.83%, 3.13%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는데 카카오뱅크는 1.14%포인트 치솟았고 케이뱅크 역시 1.05%포인트 급증했다. 토스뱅크도 1년 사이 0.53%포인트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인터넷은행들이 가계 대출 대신 기업 대출에 눈을 돌리면서 최근 기업 대출을 늘린 상황에서 경기 침체 등으로 차주의 대출 상환 여력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946억원 수준이다. 1년 사이 99.5%나 늘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1조1514억원, 1조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1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카카오뱅크가 124억3400만원, 케이뱅크가 130억4000만원, 토스뱅크가 391억5400만원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5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토스뱅크는 3.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절대 금액은 가장 많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으로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신 상태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 뒤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합한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본다.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율 상승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자 중 절반 이상(56.5%·176만1000명)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상환 능력이 한계가 다다랐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담보 후순위 대환대출을 출시하며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올해 기업대출 공급액을 2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2027년 3분기엔 중소기업 대상 법인 대출 상품 출시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케이뱅크는 기업대출 공급액이 2조원 플러스 알파(+α)라면서 스트레스 완충자본까지 고려한 자본비율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IPO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자본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대출 부실이 이어지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공급이 힘들어진다.

기업대출에 제동이 걸리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인터넷은행 3사는 2024~2026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평균잔액(평잔) 30% 이상’에 맞춰야 한다. 지난해 연간 평균 3사 모두 30%를 넘기며 목표는 달성했지만 최저 수준에 맞추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출 자산은 물론,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고신용자, 담보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시장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자장사’를 하는 시중은행의 영업행태와 같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삼은 기업대출 마저 경기 불황에 흔들리면서 올해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0%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는 인터넷은행만의 문제는 아닌 상황이지만 차주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라는 점에서 좀 더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안전한 대출 자산 확대도 필요한 만큼 올해 여신 전략을 재검토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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