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지도 코파일럿으로”… AI 활용, 누구나 쉽게 접근해야 [테크리포트]
MS ‘AI 스킬 이니셔티브’, 사람과 AI의 접점을 만드는 실천 전략
이제 ‘인공지능(AI)’은 비단 IT 기술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산업의 근간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마다, 조직마다, 그리고 산업에 따라 AI를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는 다르다. 이미 몇몇 산업군은 AI가 기존의 환경을 완전히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지만 아직 많은 산업군에서는 AI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접점조차 찾지 못한 경우도 많다. 또한 AI가 사람을 대신해 일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사람이 AI에 일을 시키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IT로 상징되는 최신 기술에 친숙하지 못했던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AI가 진정 사람에 도움이 주는 존재가 되려면 이러한 ‘진입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고민’은 크게 ‘사람’과 ‘기술’을 향하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겠다. 먼저 ‘사람’에게는 실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AI 기술을 다루기 위한 실용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은 좀 더 정교한 작업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하며 기술의 발전 방향 자체도 사람이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게 되면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하는 ‘AI 스킬 이니셔티브(AI Skiling initiative)’는 AI 시대를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술을 어떻게 마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누구나 AI를 사용하고, AI 도구를 개발·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이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진행된 경남 함양군의 스마트 빌리지 사업에서는 지금까지 IT 기술에 익숙치 않던 농업 환경과 AI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사례를 제시한다.
IT와 멀어 보이던 ‘농업’, AI 통해 IT와 함께 하는 ‘데이터 주도’로 변화
경남 함양군의 ‘AI 스킬 이니셔티브’ 사례는 지금까지 IT에 익숙치 않던 농부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과 다양한 IT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사례다.
사실 이 사례에서는 기존 농업 환경의 시설을 전부 자동 제어되는 첨단 ‘스마트 팜’으로 바꾼다든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손과 경험으로 하던 농사를 약간의 변화로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게 됐고 AI의 도움으로 효과를 거뒀으며 그 과정을 기존의 농부들이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함양군의 사례에서 농민들의 직면 과제로는 기후 변화 등에 따른 비닐하우스의 적정 온· 습도 유지 어려움이 꼽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조절을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했다. 이 또한 직접 체득한 데이터 기반이지만 정확하게 분석된 것은 아니다. 경험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수집도 지금까지는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매일 무슨 작업을 했는지 기록하는 ‘영농일지’는 손으로 작성하거나, 혹은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간단히 기록했다가 한 번에 정리하게도 했는데 그때그때 메모를 하는 것도 번거롭고 한 달쯤 쌓인 메모를 한 번에 정리하는 데도 제법 품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함양군 사례의 핵심은 ‘데이터’다. 손으로 기록한 데이터들은 다른 데이터들과 함께 활용해 분석하고자 할 때 여러 모로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도 제법 까다로운 일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이번 사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조직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미 IT에 익숙한 조직에서도 전체 데이터 중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IT와 데이터 관련 산업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과제다.
함양군의 이번 ‘스마트 빌리지’ 사업 사례에서는 ‘코파일럿’이 사람과 환경, IT 기술이 연결되는 방법을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이 사례에서 코파일럿은 영농일지 기록을 자동화했으며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앞으로 다양한 분석에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례에서는 방제용 살포기에 GPS를 부착해 자동으로 운행 기록을 수집하고 운행 중 찍은 사진을 코파일럿이 분석해 날씨, 기온, 작업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해 영농일지를 작성한다. 예전처럼 직접 적지 않아도 되니 기록이 훨씬 간편해졌고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기록을 다시 모으고 형식을 가공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 사례에서 코파일럿이 사람 대신 수행한 것은 ‘자료 수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AI가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것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김이 빠지는 느낌일 수 있겠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AI가 IT 등 기존에 있던 기술들과 이어져 있지 않던 농업 환경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AI를 바라보는 시각 중 ‘기존에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잘 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코파일럿이 데이터 수집을 도움으로써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도 있게 됐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함양군의 강명구 이장은 “코파일럿을 활용하면 기록을 놓치는 일도 줄어들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주변 농가에도 적극 추천할 생각이다. 이제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면 외부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되면 농사 방식도 더 편리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말 속에 이번 함양군의 사업 사례에서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할지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IT 시대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도 이번 사례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IT 기술이 사람들에게 특정 방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었다면 AI 시대에는 AI가 기술의 ‘인터페이스’로 사람과 기술의 간극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AI가 사람을 도와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보여지는 혁신보다 실제 가치의 내실을 더 다져 주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함양군 또한 농기계에 GPS를 장착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농기계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특히 GPS 기반 시스템은 농기계 운행 중 위험 요소가 감지될 경우 경고 알람이 전송되고 필요시 즉시 조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함양군에서는 170개 농가가 GPS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GPS 단말기를 설치한 후 농업 현장에서 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함양군은 “초반에는 GPS 설치를 꺼려하는 농가도 있었지만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AI 시대 기본 소양 확보 여정 제시하는 ‘AI 스킬 이니셔티브’
AI 기술이 예전보다 좀 더 사람에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AI 기술은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로 적응이 필요한 존재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술들이 그랬듯이, 이 AI 기술 또한 변화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함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잘 쓰면 좋은 성과를 제공한다지만 좋은 성과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의 시간과 비용, 어려움 등은 모두 사용자의 몫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AI 스킬 이니셔티브(Microsoft’s AI skilling initiative for Korea)는 누구나 AI를 사용하고, AI 도구를 개발·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이 ‘AI 스킬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에 필요한 수준의 AI 활용 기술을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모든 사람들에 일률적인 ‘공통 과정’ 교육이 제공됐겠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상황에 맞는 기술을 필요한 만큼만 익혀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에서 이 ‘AI 스킬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에 있어 각 부문, 조직별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나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공공 부문에서는 파트너십을 통해 접근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사혁신처와 협력해 공무원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인재개발플랫폼 인공지능 전용관’에 마이크로소프트 AI 학습 허브를 개설해 전국 국가직 공무원들에 AI 학습 기회를 지원했다. 8개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력으로 이동형 AI 학습 공간 ‘AI 솔루션 버스 투어’를 운영해 학습 기회 지원을 확대하고 주요 지자체들과는 공공 서비스 AI 활용 아이디어톤 등도 진행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평범하게 ‘학생’만 보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국의 지역 교육청과 협력해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AI 학습 기회를 지원하고자 한다. 특히 초·중·고교 대상의 ‘강사 양성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해 AI 교육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AI 기술을 통한 가능성을 알리는 과정을 단순히 개인의 몫이나 AI에 맡기지 않고 이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좀 더 넓게 접근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협력해 디지털 배움터에서 AI 시뮬레이션 학습 콘텐츠와 강사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 약 36개 거점 센터를 중심으로 디지털 배움터 공간 및 온라인으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약 60만 명 이상의 디지털 배움터 이용 시민들이 AI 활용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경우는 새로운 기술로의 접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주로 접근하며 이노비즈협회와 협력해 약 80만명에 이르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이 업무에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스킬 이니셔티브’가 AI 활용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환경’의 계기와 기반을 제공한다면 ‘AI 스킬 내비게이터(AI Skills Navigator)’는 교육 ‘과정’을 찾아 주는 도구다. 이 ‘AI 스킬 내비게이터’는 다양한 AI 학습 프로그램을 연결해 사용자의 수준과 목표에 맞는 맞춤형 과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어떤 영역의, 어떤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지 쉽게 찾고 필요한 역량을 빠르게 습득해 효과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게 돕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동향지표 2024’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이미 근로자의 73%가 직장에서도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근로자의 85%는 회사의 지원 없이도 개인적으로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지원 없이도 이미 성과 향상을 위해 AI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업무 환경에 맞는 AI 활용을 위한 교육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모두 개인이 짊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많은 기업들 또한 AI 기술이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업무동향지표 2024’에서 국내 기업 리더의 80%가 ‘AI 도입이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지만, 이들 중 68%는 조직 내 비전과 계획이 부족한 것을 우려한다. 이 우려 중에는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포함된다. 효율적인 교육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모든 기업 내 구성원들의 수준과 역량에 맞춘 효과적 교육 과정을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
‘AI 스킬 내비게이터’의 중요한 의미는 이렇게 어려운 AI 교육 과정의 개인 맞춤형 ‘여정’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도구는 지금까지 모두 흩어져서 각자의 방식대로 정리돼 있던 교육 과정을 지금 내가 필요한 순서와 수준에 맞춰 다시 받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AI 기술을 생산성 향상, 의사 결정, 연구,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업무에 접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AI 스킬 내비게이터’에는 초급 학습자를 위한 기본 개념 강의부터 전문가를 위한 심화 학습 자료까지 다양한 수준의 강의가 갖춰져 있다. 제공되는 모든 과정은 AI 스킬 내비게이터가 연결하는 학습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런(Microsoft Learn)’이나 ‘링크드인 러닝(LinkedIn Learning)’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를 위한 한국어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어 언어의 장벽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이 툴은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차근차근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는 ‘나침반’이자 ‘지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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