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75% 동결… ‘롤러코스터 환율’에 숨고르기

1월 동결, 2월 인하 이후 다시 동결키로

2025-04-17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외환시장 변동성과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살펴보기로 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최근 환율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단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르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동결했다. 올해 1월에 이은 두 번째 숨 고르기다. 기준금리 완화 기조로 방향을 바꾼 뒤 지난 10월과 11월 두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내렸고 1월 이후 2월에 또 한 번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동결 결정에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호관세 정책 발표 직후인 지난 9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84.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12일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유예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자 원화 환율은 141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한 달 내 환율 변동 폭이 70원에 달했다. 

지난 1월 금통위 당시 비상 계엄 이후 원화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한은이 동결을 결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지만 고환율에 한 번 쉬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연준이 물가와 성장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내리게 되면 금리차는 더 벌어진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환율 변동성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을 뒷밤침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글로벌 기관 및 은행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내린 1.5%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로 하향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성장률을 올해 1.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1.5% 전망을 내놨고 기획재정부는 1.8%로 전망했다.

해외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달 말 우리 성장률을 1%를 밑도는 0.9%로 전망하기도 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 폭 확대됐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은이 먼저 움직이기도 어려운데다 빠른 통화정책 조정의 여파로 인해 추가 인하 여력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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