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분 20%까지 늘린다는 日 SBI홀딩스… 속내는?
지분법 적용회사로 편입 계획… 총 9600억 투입 추산 "교보생명 경영에 직간접 참여 가능성"
일본 금융사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분 매입이 완료될 시 SBI홀딩스는 신창재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입김도 제법 강해질 전망이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에 대한 주식 지분비율을 현재 9%대에서 20% 이상으로 늘려 지분법 적용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BI그룹은 교보생명 보유 지분 9.05%를 주당 23만4000원(액면분할 전 금액)에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매입했다. 투입한 금액만 약 4340억원에 달한다.
당시 시장은 SBI그룹의 지분 매입이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판단했다. 이전부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이 각별한 연을 쌓아왔던 만큼 신창재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등판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 두 회장은 양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일정을 조율해 식사를 함께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울러 신창재 회장의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실장도 일본 SBI그룹 계열사 SBI스미신넷뱅크, SBI손해보험 등에서 전략·경영기획 업무 등을 역임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이번 SBI홀딩스의 추가 지분 매입 결정에 대해 업계 내부적으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SBI그룹이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분쟁 리스크를 해소하고 지주 전환에 따른 투자효과 정도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의사결정을 할때 직원들도 모르게 전격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보생명 내부에서도 해당 소식을 보도를 통해 접한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SBI홀딩스는 이번 투자로 디지털에 강한 한국 금융사를 그룹 산하에 두면서 증권이나 은행업에 비해 낙후된 보험업의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SBI홀딩스는 일본 보험사 SBI생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은행업이나 증권업 규모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험업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보생명 추가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을 20%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10.95%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 주당 23만4000원에 매입할 시 5250억원가량 필요하다. 지분 매입이 완료될 경우 SBI홀딩스가 교보생명에 투자한 금액은 총 9590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SBI가 지분을 추가 보유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해서다. 금융위 승인까지 이뤄진다면 신창재 회장(36.37%·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에 이어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2대주주로 오르게 된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지주 전환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말까지 지주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지주 전환시 출자 한도와 투자 제한이 완화되는 만큼 향후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경영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업공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교보생명도 지주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BI홀딩스가 추가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지주 전환이 이뤄지면 이에 따른 투자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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