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자회사 vs 중소업체… 알뜰폰 업계 ‘오월동주’

이해관계 다른 알들폰 업체 간 반목 심화… 협회 내에도 분열 조짐

2025-04-21     김광연 기자

부진을 겪고 있는 알뜰폰 업계가 중소 사업자와 이동통신 3사 자회사 간 내부 분열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알뜰폰 업계 권익보호를 위해 꾸려진 '알뜰폰 협회' 내에서도 업체 성격별로 이해 관계를 달리하며 자멸하는 분위기다.

2024년 12월 2일 서울의 통신사 대리점에 알뜰폰 유심 판매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스1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알뜰폰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헬로비전은 사단법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탈퇴신청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탈퇴 이유는 "협회가 더는 사업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로 그간 알뜰폰 협회가 중소 사업자들만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동통신3사 자회사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 크다.

단적인 예로 국회가 지난해 12월 통신3사, 금융권,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자회사 시장 점유율을 60%(사물인터넷 회선 제외)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부분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입법 과정에서 알뜰폰 중소 사업자들은 통신3사 자회사를 겨냥해 "대기업 60% 규제가 아닌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통신3사 자회사 점유율 50%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졸지에 타깃이 된 통신3사 자회사는 "알뜰폰 태동기 시절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효자에서 지금은 골목 시장을 잠식하는 거대 악이 됐다"고 한탄했다.

현재 통신3사 자회사는 총 5개로 SK텔링크(SK텔레콤 자회사),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자회사),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가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미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약 47%에 달하는 통신3사 자회사 대신 중소 사업자의 점유율만 일정 부분 보장받을 상황이 되자 통신3사 자회사 사이에서 "협회가 중소업체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목멘 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와 통신3사 자회사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라 협회 내에서도 한 가지 통일된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며 "통신3사 자회사에서 협회 회비를 제일 많이 부담하는데 권익 보호를 받지 못하니 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그간 이해관계를 달리했던 중소업체와 통신3사 자회사 간 갈등 양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고 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업체 간 갈등 양상 관련해 소문이 와전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헬로비전에도 탈퇴를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간 반목이 늘어가는 사이 최근 알뜰폰 업황은 좋지 않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3월 알뜰폰 번호이동 건수는 25만6132건으로 2월(28만7491건)보다 3만건 넘게 줄었다. . 특히 이동통신 3사→알뜰폰' 회선 수(8만9503개)에서 '알뜰폰→이통3사'(5만7426개) 회선 수를 뺀 수치를 뜻하는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3만2077개에 그치며 2월(4만2426개) 대비 24.4% 감소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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