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에 방화복 입고 뛴다”… 해마다 진화하는 ‘롯데 스카이런’
대한민국 최고층을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가 1년에 단 한 번 ‘러너들의 성지’로 떠오른다. 123층까지 오르는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높이만 555미터(m), 2917개의 계단을 최단 시간에 오르는 자가 1등의 영예를 안게 된다.
스카이런은 매해 같은 구간을 오르는 만큼 대회 자체가 따분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래서인지 대회를 주최하는 롯데물산은 해마다 새로운 시도로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의 이색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소방사와 해양경찰들이었다.
20일 오후 2시.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싼 광장에는 방화복과 제복으로 갈아입은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소방 25명은 방화복에 산소통까지 착용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뛰는 일반 참가자들 대비 20킬로그램(kg) 정도의 무게가 더해진 셈이다.
해양경찰단 역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제복을 차려입어 눈길을 끌었다. 출발에 앞서 마포소방서를 대표해 참가한 이호영(남·28) 소방사는 “저희 관할을 대표해 직접 자원해 수직마라톤에 참가했다”라며 “기록에 대한 욕심보다는 건강하게 완주하는 게 목표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환복을 마친 소방사들은 2시 30분경 스타트 라인에 모두 모였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줄을 맞췄다. 출발 신호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무거운 방화복 때문인지 시작부터 빠르게 오르는 소방사는 없었다.
열을 맞춰 오르던 소방사들은 30층 구간을 진입하자 서로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50층·70층 마의 구간을 지날 때마다 계단에 주저앉는 소방사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소방사들은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차는 순간에도 힘겹게 몸을 짓누르는 짐을 내려놓지 않았다.
가장 먼저 통과한 소방사의 기록은 29분 56초다. 경쟁 부문 참가자 1등의 기록인 18분 32초와 비교하면 10분 남짓 차이 나는 기록이지만 헬멧부터 방화복을 착용한 것을 감안하면 감탄이 나오는 기록이다.
소방사들보다 한 타임 늦게 출발한 해양경찰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구명 튜브를 들고 오르는 경찰부터 소형 카메라를 들고 생중계를 하는 경찰까지 저마다 이색적인 방법으로 스카이런을 즐겼다.
이처럼 스카이런은 매년 색다른 모습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올해는 참가자들을 위한 피크닉존과 마사지 부스를 운영해 즐길 거리를 확대했다. 그 결과 참가자 수도 늘고 있다. 작년까지 누적 참가자는 1만명이며 올해는 가장 많은 인원인 2100명이 참가했다.
외국인과 어린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참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올해는 영국·프랑스·인도·말레이시아 등 약 18개국의 외국인 참가자들도 자리를 채웠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진행된 ‘키즈 스카이런’도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해 총 50팀이 참가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대회 중 참가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늘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내년에도 참가자들이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 확장과 다양한 부스 운영으로 이색적인 공간 마련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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