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 못내놔” 통신사 반발에 마이데이터 시작부터 난항
통신 위약금·약정·결합 정보 제외 ‘속 빈 강정’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국민의 통신 정보를 한데 모으겠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도로 시행된 '통신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제도가 시작부터 삐거덕댈 조짐이다. 이동통신사 반발로 인해 통신 마이데이터 전송 항목 중 핵심인 '위약금·약정·결합 정보'가 빠져 정책 자체가 향후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3월 13일부터 국민 생활과 밀접한 통신 분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마이데이터란 증권, 보험, 은행 등에 분산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로 개인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원하는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의 법적 근거는 2023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법 개정 당시 명문화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의2(개인정보의 전송 요구)는 '정보주체는 통신사 등 개인정보처리자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자신에게로 전송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마이데이터 기반 통신요금 추천 서비스 '최적요금제 추천' 앱을 개발하고 있다. KTOA가 통신사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아 이용자에게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KTOA 관계자는 "아직은 개발 단계로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하다"며 "4월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가 반쪽짜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업계 일부에서 요구했던 위약금, 약정, 결합 정보를 '내부 영업정보'라는 이유로 통신사가 반대하면서 해당 내용이 고시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 이유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신사는 고객정보, 가입정보, 이용정보, 이용요금 청구정보 및 납부정보 등을 이용자에게 전송해야 한다. 고객정보와 가입정보는 전송 요구 시점에, 나머지 정보는 전송 요구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전송해야 한다. 하지만 위약금, 약정, 결합 정보 등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위약금과 약정, 결합 정보 등 내용은 통신사들이 반대하고 있는게 맞다"면서도 "마이데이터 도입 취지에 따라 약정 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당장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통신사들의 반대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통신사들이 계속 반대할 경우 해당 서비스는 핵심 내용을 포함하지 못한 채 운영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번호이동이 활발한 통신 시장에서 위약금, 약정, 결합 정보는 핵심 정보들로 정보주체 권익을 늘리겠다는 마이데이터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필수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위는 통신사와 단계적으로 협의를 거쳐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통신사들과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마이데이터 적용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영역을 마이데이터에 포함한 개인정보위 정책을 적극 따르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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