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독주… 2위 싸움 더 치열한 증권사 퇴직연금 쟁탈전
적립금, 미래에셋 30조 vs. 현대차·한투·삼성證 3사 각각 16조~17조 규모
퇴직연금 실물이전 도입 후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에셋증권이 일찌감치 선두로 나선 가운데 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 2위권을 형성,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운영하고 있는 증권사 15곳의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07조618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도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3분기 96조5328억원보다 11.5%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이 8.9% 증가하고, 보험사가 3.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큰 성장세다.
하지만 증권사별로 보면 온도차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기간동안 3조1466억원 늘리며 선두를 확고히 굳힌 사이 한국투자증권이 2조1990억원, 삼성증권이 2조1953억원씩 늘리며 바삐 움직였다. 이들 3곳이 끌어모은 적립금 규모는 증권사 전체 유입액의 약 70%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NH투자증권이 1조191억원, KB증권이 9625억원, 현대차증권이 5410억원, 신한투자증권이 4425억원씩 각각 늘렸다.
미래에셋 독주 체제는 더 강화됐다. 작년 4분기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 간 퇴직연금 적립금 격차는 11조6794억원이었으나 1분기엔 13조1729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격차를 더 벌렸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미래에셋증권 30조5221억원 ▲현대차증권 17조3492억원 ▲한국투자증권 16조6812억원 ▲삼성증권 16조3063억원 등으로 크게 일단 ‘1강 3중’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의 확고한 강세 원동력은 수익률이다. 미래에셋은 은행·보험사가 강점인 확정급여(DB)형보다 확정기여(DB)형·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무게를 두며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년 말 미래에셋의 1년 IRP 수익률(원리금 비보장 기준)은 12.48%로 증권사 평균 9.09%을 3%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은행·증권사·보험사 전부 다 합쳐 12% 이상 수익률을 거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DC형 1년 수익률(원리금 비보장 기준)도 12.17%를 기록하며 증권사 1위 자리를 지켰다.
디지털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축한 점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 MTS로 실시간 ETF(상장지수펀드)와 리츠·장외채권 매매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자체 AI 알고리즘으로 만든 ‘연금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투자성향, 연령, 은퇴 시점 등을 고려, 최적의 포트폴리오을 제안하고 자동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해 준다.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양호하고 장기 투자에 최적화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채택하고 업계 최대 규모의 연금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한 게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정교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위권 경쟁 치열… 2-4위 격차 고작 1조원
이에 증권사 퇴직연금 경쟁은 2위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2위 현대차증권과 4위 삼성증권의 적립금 격차는 1조429억원에 불과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증권이 4조원 가까이 앞섰지만 6개월새 그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DC형·IRP 등 실적배당형을 통해 적립금 확대한 결과다.
현대차증권은 DB형으로 치우친 비중을 DC형·IRP로 확대해 퇴직연금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리테일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편제하고 흩어져있던 퇴직연금 조직을 연금사업실 산하로 통합했다. 비계열사 영업을 지속해 계열사 비중을 낮추는 것도 목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DC형 가입자 관리 채널을 기존 본사 단독에서 본사와 지점으로 확대해 가입자 대면접촉을 확대하고 지방 주요 권역 지점 내 퇴직연금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지점 가입자 관리 퀄리티를 높일 예정”이라며 “인력·시스템·인프라·적립금 수익률 제고 등 사업 역량 강화 지속으로 가입 고객에게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를 바짝 추격하는 한국투자증권은 수익률 강화와 고객 편의에 초점을 맞췄다.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DC형·IRP 퇴직연금계좌에 매월 지정한 날짜에 약정금액 범위 내에서 지정한 ETF를 자동으로 매수하는 서비스다.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작년 말 관련 부서인 퇴직연금본부 1개를 퇴직연금 1본부 및 2본부, 퇴직연금운영본부 3개로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연금센터를 활용한 전문화된 연금 상담 서비스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수원·대구 소재 연금센터 3곳에서 PB 경력 10년 이상의 연금 전문인력 약 40명을 전면 배치해 제도부터 상품, 세금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연금 상담을 지원한다. IRP 퇴직연금 계좌 수수료를 받지 않는 IRP 수수료 면제 전략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퇴직연금에 대한 증권업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할 전망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퇴직연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예상 규모는 2037년 1000조원, 2055년 1858조원이다. 지금 당장 퇴직연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적지만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퇴직연금은 금융상품 판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고액·고령 자산가를 기반으로 개인연금·자산관리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어 향후 수익 확대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부동산 IB(투자은행) 위축과 해외주식 위탁매매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고성장을 유지하는 퇴직연금 사업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