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양자 기술 2.0, 국내 산업 기회 ‘응용’에 있다” [양자컴 시대]

양자 센싱·최적화에서 가능성 찾아야…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환경 필요

2025-04-28     권용만 기자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한때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연구 개발 성과들이 점차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외 양자 컴퓨팅 분야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양자 기술의 중요성과 현재 발전 단계, 그리고 향후 우리의 삶에 미칠 변화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국내 양자 업계도 양자 센싱이나 양자 유용성을 찾는 다양한 응용 영역에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원에 있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시도를 위해 실패 가능성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양자컴퓨팅 산업계가 경쟁력을 찾기 위한 방향성 측면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관심을 갖는 주제로는 ‘최적화 문제’의 해결 측면을 꼽았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의사 출신 개발자로,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과 뇌과학 연구소에서 의무석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힐세리온은 의료용 초음파 장비를 다루는 스타트업이지만, 류정원 대표는 차세대 기술인 ‘양자 머신러닝(QML)’에 관심을 두고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추천 도서로도 선정된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모두를 위한 양자컴퓨터(한빛미디어)’를 번역하기도 한 류정원 대표를 만나 한국 양자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 권용만 기자

양자 기술 2.0 시대의 산물 ‘양자컴퓨터’

류정원 대표는 초음파 장비를 소형화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아이디어로 힐세리온을 창업했고  뇌과학 관련 연구를 통한 ‘인공지능(AI)’에서의 난관을 극복해보고자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관심은 ‘양자 컴퓨터’로 이어졌다. 

류정원 대표의 ‘양자’에 대한 접근 계기도 의료 영역에 관계가 깊다.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을 들어갔을 때 지도교수였던 조장희 교수의 영향이 컸다. 의전원의 뇌과학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에서 다룬 것이 MRI, 특히 NMR(핵자기공명분광분석: Nuclear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이다. 2001년 IBM 알마덴 연구 센터와 스탠퍼드 연구진은 NMR 기술로 7개 큐비트를 생성해 15를 인수 분해한 적이 있다. 류정원 대표 역시 프로젝트로 이러한 시도를 했고,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만들어야지’라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류정원 대표는 현재의 양자 기술을 ‘양자 기술 2.0’으로 칭했다. 이전의 ‘양자 기술 1.0’은 NMR이나 MRI, 터널링 주사현미경이나 레이저 등 양자 기술을 쓰지만 얽힘과 중첩을 사용하지 않는 형태로 정의했다. 그리고 ‘양자 기술 2.0’에서는 중첩과 얽힘을 활용해 차별화된다. 이 얽힘을 사용하면 ‘고스트’ 현상을 통해 기존에는 발견이 어렵던 스텔스기의 발견도 가능하고, 의학에서도 잘 보이지 않던 영역의 이미지까지 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 센싱’ 기술 부분은 한국도 잘 할 수 있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부분이라 제시했다.

양자컴퓨터의 활용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로는 ‘최적화’를 꼽았다. 류정원 대표는 “현재의 머신러닝 기술 등도 잘 발달해 있지만 이게 최적인지는 의문이 있다”며 “현재의 GPU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은 ‘지역 최적점’이지 이상적인 ‘글로벌 최적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QML에서는 이를 투명하게 보고 터널링처럼 이동해 전역 최적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적절한 데이터로 최적의 가중치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QML 기술이 궁극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이다” 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기술적 난관으로는 ‘노이즈’를 꼽았다. 그는 “현재 양자컴퓨터로 가장 앞선 것으로는 IBM의 1121큐비트 칩 ‘콘도르’ 정도가 있다. 하지만 실제 쓸 수 있는 큐비트 수는 이보다 훨씬 작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양자 구현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원리가 뭐든 0과 1 사이에 중첩과 얽힘이 가능하면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 구현법이 최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NMR은 지금은 기술적 한계가 증명돼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 앞으로는 광자 방식 구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 권용만 기자

국내 양자컴퓨팅 산업 가능성, 양자유용성 탐색 ‘응용’에서 기대

류정원 대표는 현재 국내 양자컴퓨팅 업계에 대해 컴퓨터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는 알고리즘, 시뮬레이터 등을 다루는 업체들이 많다고 평하며 현재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형 기술 기업으로는 IBM과 AWS 정도를 꼽았다.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은 쉽지 않지만, 응용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양자컴퓨팅도 이제 플랫폼화 되고 있다. 양자유용성을 찾는 여러 시도들을 더 활발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 센싱 등의 기술들은 우리도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문제를 풀 수 있고 현상 설명도 되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모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양자컴퓨터를 보며,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론들을 다시 보면서 새롭게 깨닫는 경우들이 있다”며 “양자컴퓨터 안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새로운 물리학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국가의 전략적 지원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지원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류정원 대표는 “양자 산업은 연구와 장치 산업의 성격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과제의 경우 ‘실패’가 잘 허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새로운 방식으로의 시도가 가능하도록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양자컴퓨팅 업계에 대한 과도한 기대 측면에서는 “기대가 있어야 변화가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시작도 할 수 없다. 여태까지 모든 기술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한편, 양자컴퓨터는 앞으로도 특정 유형의 연산에 유용한 도구로 전통적인 컴퓨터와 함께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류정원 대표 또한 “현재의 사업은 양자컴퓨터와 이어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양자 기술을 활용한 고스트 이미지 등은 연구가 활발하지만, QMR의 경우는 아직 간신히 손글씨 인식을 실험하는 초기 단계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아직은 개인적으로는 이 업계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류정원 대표는 “현재 생각에는 다음 창업은 양자 관련이 되지 않을까”라 예상했다. 이 때 고려하는 방향으로는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장치 산업 혹은 QML 최적화 등의 컨설팅 등을 꼽았다. 또한 몇 큐비트 정도의 간단한 양자컴퓨터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토이 키트’ 제품화 또한 제시했는데, 교육용 등으로도 제법 유용할 것이며 1~2년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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