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손해율 부담, 손해사정 자회사에 떠넘긴 4대 손보사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 손해사정 회사, 지난해 순손실 97억 손해율 높아지고, 인건비 늘었는데… 손보사들, 수수료 지급은 줄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자 각 손해보험사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손해사정회사(社) 수익성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매출은 줄어들고, 사고건수는 증가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그만큼 모기업인 손보사로부터 비용을 보전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수수료를 깎아 버리면서 경영환경이 나빠졌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 산하의 자동차보험 손해사정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익 합계는 97억원의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18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개별 손해사정회사 순손익을 보면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72억원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52억원 ▲KB손해사정 -7억원 ▲현대하이카손해사정 3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손해사정 법인의 모기업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손해사정회사는 보험사고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한 손해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직군으로는 ▲손해사정사 ▲보상 담당자 ▲고객 지원 및 행정 인력 ▲IT 및 시스템 운영 인력 등으로 구분된다.
자동차 손해사정회사들은 원수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수수료 ▲긴급출동수수료 ▲일반배상수수료 등을 받아 회사를 운영한다. 위탁수수료 지급방식은 정액 정산 방식과 사고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계약 방식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 건수가 늘수록 손해사정회사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사고가 많이 날수록 보험사가 손해사정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고건수는 383만건으로 2023년 367만건 보다 증가했다. 발생 손해액도 4.3% 늘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익분기점 80%를 넘기며 83.8%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손해사정회사의 일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실제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매출액은 2023년 2119억원에서 2027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밖에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1123억원→ 1026억원 ▲KB손해사정 1361억→ 1378억원 ▲현대하이카손해사정 1454억→ 1501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보상 외에 대인, 장기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KB손해사정과 현대하이카손해사정 정도만 매출이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손해사정회사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원수 보험사가 지급하던 위탁수수료를 평소보다 적게 줬기 때문이다. 당국의 상생 압박속에 자동차 보험료가 낮아지면서 손해율은 치솟고, 자동차 사고는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손해사정회사 수수료율을 조정하면서 그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면서 일부 보험사가 사업비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한 건수를 처리하더라도 수수료가 적어져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손해사정회사 영업구조는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손해사정 결과에 따라 보험사 순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손해사정사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타업권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경우 지난해 인건비(급여, 복리후생비, 상여금 등)로만 1619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준 ▲KB손해사정 1140억원 ▲현대해상하이카손해사정 1063억원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8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손해사정회사들의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는 점이다. 낮아진 보험료 탓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1분기 4개 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2%로 손익분기점인 80%를 크게 넘어섰다. 폭우, 여름철 휴가 등으로 하반기 사고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보험사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은 사람이 하는 서비스업으로 설비투자나 시스템 구축보다 인력 확보가 핵심인 사업"이라며 "손해사정사의 판단 하나가 보험금 수억원으로 연결되기도 해 비용 구조가 자연스럽게 고정비(인건비)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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