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기본 충실한 손흥민 기본 생략한 통신사

2025-04-28     김광연 기자

축구 국가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유소년 시절 "기본에 충실하라"는 아버지 손웅정씨 말을 듣고 볼 컨트롤, 패스 등 기본기 연습에만 매달려 글로벌 축구스타로 성장했다. 기본을 잘해야 축구 자체를 잘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최근 이동통신사를 바라보면서 바로 기본에 충실해 성공한 손흥민의 사례가 떠올랐다.

통신사들은 올해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당시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AI)으로 돈을 벌겠다"고 외쳤다. 자신들의 본업이자 기본인 통신과 보안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달도 안된 현재, 통신업계는 본업이자 기본인 통신과 보안 영역 이야기로 가득 찬 상태다. 4월 18일 SK텔레콤이 해커들로부터 이용자 유심 정보를 유출당한 뒤에야 업계 풍경이 확 바뀌었다. 

SK텔레콤뿐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체 보안망 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아닌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간 통신사들이 AI만큼 본업인 통신 영역과 보안 영역에 신경을 썼더라면 이 같은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AI만 쫓고 정작 중요한 통신과 보안 영역 투자에는 인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신사들은 최근 본업인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보다는 AI에 신경을 써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4년 통신3사 설비투자(CAPEX)를 단순 합산하면 6조6107억원으로 2023년(7조6659억원)보다 1조552억원 줄어든 반면 AI 등 신사업 개발을 위한 통신3사 2024년 연구개발(R&D) 비용은 총 7469억원으로 2023년(7047억원) 대비 422억원 올랐다. 최근 가입자들이 유독 5G가 잘 터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근본적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2023년 정보보호 투자액 관련해서도 가입자 약 2300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SK텔레콤은 600억원만을 지출하며 KT(1218억원), LG유플러스(632억원)에 뒤졌다. SK브로드밴드(267억원) 투자액을 합쳐도 KT보다 351억원 적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영업이익(1조8234억원)이 LG유플러스(8631억원)와 KT(8095억원)를 합친 것보다 1508억원 많았다는 점에서 정보보호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대세가 된 AI를 잘하려는 통신사들의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축구에서 기본기가 좋아야 실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처럼 통신사 역시 기본인 통신과 보안 영역부터 내실을 갖춰야 AI라는 실전에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AI 고도화가 아니라 바로 통신사들의 본업이자 기본인 통신과 보안 영역의 고도화다. 늦었지만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통신업계 인식 전반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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