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람이 함께하는 시대, ‘프론티어 기업’이 온다”

인간과 AI 에이전트 간의 역할 재정의와 최적 비율 설정해야

2025-04-28     권용만 기자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프론티어’ 기업들이 등장했다. 에이전트가 팀에 들어오면서 기업들의 조직 구성 또한 바뀔 것이다. AI 확장은 기술적 도전이 아닌 조직 혁신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오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 팀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업무동향지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올해로 5회차를 맞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보고서 ‘2025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는 한국을 포함한 31개국 3만1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365에서 수집된 수 조 건의 생산성 신호, 링크드인의 노동, 채용 트렌드, AI 스타트업과 학계 전문가, 경제학자들과의 협업 등이 포함됐다. 

오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 팀장 / 권용만 기자

AI 적극 활용하는 ‘프론티어’ 기업들, 조직 전반도 ‘AI 최적화’ 고민해야

오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 팀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의 중요한 트렌드로 ‘프론티어(Frontier) 기업의 탄생’을 꼽았다. 이 ‘프론티어 기업’은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팀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운영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프론티어 기업으로의 진화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인간이 방향을 제시하면 에이전트가 업무 흐름을 주도하는 ‘인간 주도, AI 에이전트 운영’으로 나아간 것이 눈에 띈다.

오성미 팀장은 기업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화로 인해 협업과 업무 속도가 빨라졌지만 디지털 접점이 늘어나면서 실제 사용자들은 시간과 체력에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리더들은 여전히 생산성 증대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이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번 조사 결과 글로벌에서는 82%, 국내에서는 72%의 리더들이 AI 에이전트 등 디지털 노동력으로 이러한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향후 2년~5년 안에 대부분의 조직이 프론티어 기업으로 방향 전환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더의 81%는 향후 12개월~18개월 내 자사의 AI 전략에 AI 에이전트가 광범위하게 통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리더 중 24%는 자사에 이미 전사 차원의 AI 도입이 이뤄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구성에서 인간과 에이전트의 비율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제시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프론티어’ 기업들에서는 기존의 조직들과 다소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론티어 기업들에서 보이는 시사점으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 사람과 에이전트 팀이 조직도를 새롭게 구성, 그리고 ‘에이전트 보스’ 시대의 도래를 꼽았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는 ‘지능’이 사람의 고유 영역에서 이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AI 기술은 비즈니스 수요와 인간의 역량 간 ‘역량 격차’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프론티어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55%는 더 많은 업무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에이전트 활용의 확대는 조직 구성까지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오성미 팀장은 “향후의 팀 구성은 기존의 기능 중심이 아닌, 달성해야 할 목표를 기준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 제시했다. 이 때 에이전트는 팀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고 다양한 팀이 공유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 중요한 고려점으로는 ‘인간과 에이전트의 비율’이 꼽혔다. 오성미 팀장은 “적정 비율은 기업과 업무에 따라 다르다”며 “에이전트는 현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현업의 팀 단위 요구에 따라 도입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는 ‘리더’들이 ‘에이전트 보스’ 시대의 요건을 더 잘 갖춘 모습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 갈무리

에이전트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보스’ 시대 또한 제시됐다. 이는 모든 근로자, 사용자가 에이전트를 만들고 위임하고 관리하며 에이전트 기반 스타트업의 CEO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오성미 팀장은 에이전트 보스의 요건에 대해 “적어도 AI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어떤 에이전트에 어떤 일을 시킬지 결정할 수 있다. 각자의 역량과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는 리더들이 일반 직원들보다 ‘에이전트 보스’로 적합한 모습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조직들은 현재 인원을 유지하며 AI를 활용해 역량을 높이는 것이, AI를 활용해 기존의 역량을 유지하면서 인원을 줄이는 것보다 더 우선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에서도 유망 스타트업들이 빅테크들보다 두 배 높은 고용 증가율을 보였고, AI 훈련이나 에이전트 개발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 전략 수립 등의 역할이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디지털 노동력을 관리하는 리소스 관리 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면서 인사관리(HR)의 역할은 물론 조직의 틀 자체가 바뀌는 계기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새로운 업무 시대를 위한 필수 역량으로는 ‘AI 리터러시(Literacy)’가 제시됐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갈등 해결이나 적응력,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나 혁신적 사고 등은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남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 제시했다. 향후의 AI 시대 유연한 대응을 위한 로드맵으로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활용하며 역량을 파악해볼 것, 효과적인 에이전트 비율을 설정할 것, AI 도입과 확장을 기술적 도전보다 조직 혁신의 과제로 접근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현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GTM 매니저 / 권용만 기자
‘리서처’ 에이전트로 5분여만에 보고서 초안을 생성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 권용만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365, 업데이트로 에이전트 역량 강화

김현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 GTM 매니저는 “2028년에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1/3 이상이 에이전트를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에서 코파일럿을 통해 내장된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에이전트 빌더’를 통해 기업 내부 업무 데이터와 연동된 에이전트도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M365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서처(Researcher)’ 에이전트는 국내에도 상반기 중 제공될 예정이다. 이 에이전트는 고급 추론(reasoning) 기술을 사용해 인터넷 상의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해 분석할 수 있고, 사용자의 사용 의도까지 파악해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작성에 제법 긴 시간이 걸릴 리서치 보고서 초안을 6분 정도만에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시연했다. 

국내에서의 활용 사례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혔다. 먼저 ‘GS건설’에서는 사내에서 직원들의 각종 인사 관련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자이톡 에이전트’를 구축해 파일럿 운영 중이며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전사 배포된 M365의 활용을 돕기 위한 ‘AX 필승비법 에이전트’를 구축했고, 전사 배포 이후 전체 코파일럿 사용자 중 12% 정도가 이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 

김현지 매니저는 이 사례들에 대해 “KT의 사례는 제법 간단해 보이는데, 이는 KT의 방향성이 반영된 것이다”며 “KT는 사용자들이 개발 경험 없이도 에이전트를 만들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전트는 기획만 잘 되면 구축 자체는 간단히 나설 수 있다. 코파일럿 스튜디오로 정교한 커스터마이즈 또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웨이브 2’ 업데이트의 주요 내용으로는 코파일럿의 인터페이스가 다양한 기능들을 한 화면에서 일관된 모습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소개됐다. 새로운 기능으로는 GPT-4o 기반 이미지 생성 기능 ‘크리에이트(Create)’, AI 기반 엔터프라이즈 검색 기능 ‘코파일럿 서치(Copilot Search)’, 문서에서 회의 녹화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 정리해 즉시 통찰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코파일럿 노트북(Copilot Notebooks)’ 등이 선보였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