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백만명 시대 눈앞… 금융권 "새 시장 잡아라" 경쟁

지난해 국내 체류 장·단기 외국인 265만명 연평균 신용카드 사용액 515만원

2025-05-05     전대현 기자

금융사들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시장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장·단기 외국인은 2021년 196만명에서 2022년 225만명, 2023년 251만명, 지난해 265만명으로 증가했다. 

소비도 늘었다. 이민정책연구원이 추정한 2023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약 5조6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65% 증가했다. 외국인 1인당 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515만원으로 내국인(약 705만원)의 약 73%에 달한다.

장기체류 외국인의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서 금융사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지 은행은 외국인 특화 점포와 외국어 상담 서비스 등 확대에 나섰다. 카드사는 관광·결제 서비스와 연계한 맞춤형 상품으로 모객에 나섰다.

은행권, 대면·비대면 계좌 확대… ‘외국인 특화점포’ 개점

신한은행은 외국인 고객이 국내에서 받은 급여소득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10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금융권 모바일 웹 최초로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외국인 전용 메뉴를 도입하기도 했다. 3분기에는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별 외국인 고객 유치 전략 / IT조선

아울러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경남 김해에 외국인 특화점포를 개점하기도 했다. 5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추가로 개점한다. 향후 수도권에서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안산, 수원, 부천 등에도 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에 11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 ‘KB Quick Send’를 출시해 송금 수수료를 5000원으로 낮추고, 최대 1영업일 이내 송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평택 외국인센터점을 운영 중이다. 경기 남부지역(화성, 안성 등) 외국인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평택 외국인센터점에는 실시간 다국어 통역 시스템과 다언어 상담 지원 기기를 도입됐다 은행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실시간 채팅 시스템을 통해 음성이나 텍스트로 직원과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향후 통역 서비스를 40개국 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Global Desk’ 설치 지점을 12곳으로 늘리며 태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국적별 특화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설된  ‘Global Desk’에 현지인 직원을 전진 배치해  ▲계좌개설 ▲스마트뱅킹 ▲환전·송금 업무와 더불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상담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 2012년 외국인 전용 ‘안산외국인특화지점’ 개점을 시작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특화채널인 ‘글로벌투자WON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5월 말 대면 계좌 개설을 시작하고, 6월 말까지 비대면까지 확대할 계획이나, 특화 서비스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전북·제주·아이엠뱅크는 대면 계좌개설을 지원하고 있으나, 외국인 특화 점포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태다. 이들 지방은행은 중앙은행 정책에 발맞춰 제도 도입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차별화 전략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카드사, 외국인 맞춤 상품·관광 연계 서비스로 공략

신한카드는 지난 3월 로드시스템과 함께 금융·인증 플랫폼 ‘트립패스(TripPass)’를 론칭했다. 외국인은 트립패스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모바일 여권을 생성할 수 있고, 결제·송금 서비스를 실물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기명식 선불카드 2종을 출시해 전국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대중교통 기능도 지원한다.

카드사별 외국인 고객 유치 전략 / IT조선

아울러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손잡고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 'E9페이 신용카드(가칭)'를 내놓기로 했다. 외국인 선호 업종을 고려해 특화 서비스를 넣고, 해외 송금시 수수료 우대 서비스 등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내국인에 비해 까다로운 신용카드 발급 기준도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외국인 전용 상품으로 ‘WELCOME PLUS 체크카드’, ‘탄탄대로 웰컴카드’를 판매 중이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관광지와 음식점 할인 혜택을 비롯해 3대 마트 및 백화점 10% 할인, 대중교통·택시·통신요금 5% 할인 등 생활 밀착형 혜택을 담았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2월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여행 특화서비스 '우리원트래블'에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여행·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1월 하나은행과 협업한 외국인 특화 카드 '하나 이지카드'를 출시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2021년 카드업계 최초로 상품 정보 확인부터 카드 신청까지 모든 절차를 영문으로 진행하는 '영문 카드 신청 프로세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서울시와 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MVP 테마코스’, ‘소울 스팟’, ‘오래 가게’ 등 K-컬처 기반 콘텐츠를 활용한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드 결제 기반 체류형 소비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BC카드는 통합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과 오는 3분기 외국인 특화 선불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대학 등 교육시설과 주요 상권에 전용 키오스크를 설치해 편리하고 신속하게 발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카드도 외국인 전용 카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금융권은 외국인 고객을 '포용 금융'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로 내수 기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소비 여력과 노동력을 가진 외국인이 시장 확장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봐서다. 금융사들이 외국인을 겨냥한 금융상품을 지속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