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도 '사이드카' 도입?… ‘상장빔’ 반복에 이상거래 제동 고심

금융위, 거래 중단 기준 명문화 추진

2025-04-30     원재연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도 가격 급변동을 제어하는 ‘사이드카’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상장 직후 코인 가격이 급변하는 이른바 ‘상장빔’ 현상이 반복되면서다. 이상매매 발생 시 거래를 일시 정지해 애꿎은 투자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1일 열리는 ‘가상자산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의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사이드카 개념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거래소 차원의 자율규제를 통해 상장 후 급등락을 선제적으로 제어하려는 시도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 선물가격이 급등락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다. 가격 급변동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도입된 적이 없지만, ‘상장빔’이 반복되면서 유사한 제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올해 2월 발생한 ‘무브먼트(MOVE)’ 사태다. 당시 국내 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무브먼트는 초도 공급량이 약 2950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세가 몰리며 215원이던 가격이 모 거래소에서 99만 8500원까지 4600배 급등했다. 유동성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거래지원 모범사례 개정 논의의 계기가 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어베일(AVAIL)’이 일부 거래소에서 상장 직후 1400% 넘게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이상거래로 판단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상장 과정의 유동성 부족이나 감시 체계 미흡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닥사는 이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현행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시장업무규정’ 제3조에 따르면 이상거래 발생 시 거래소가 판단을 통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논의로 거래소별 자율 규정에 해당 조항을 반영하도록 닥사가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정비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닥사는 이번 개정을 통해 사이드카 외에도 이상거래 사전 감지 기준, 거래 중단 절차, 유의종목 지정 이후 단계별 조치 등을 함께 명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법적 강제력은 없더라도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사실상 거래소 운영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도입해 운영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할거란 진단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이드카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 코인베이스, 일본 JVCEA(일본가상자산거래소협회) 등 주요국 거래소들은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을 운영 중이나, 특정 가격 이상 변동 시 거래를 자동 정지시키는 장치는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이 사이드카 제도를 본격 도입할 경우 사실상 세계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상장빔은 단일 사례가 아니라 최근 수년간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라며 “시장의 24시간 거래 특성을 감안할 때 사이드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기술적 보완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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