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외 영화에 100% 관세 추진… 엔터산업 관세 첫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영화에 관세가 부과되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 된다.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해외에서 제작한 영화(any and all Movies produced in Foreign Lands)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세부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회사의 자본으로 미국인 제작진이 미국인 배우를 통해 해외에서 촬영하고 미국에서 후반작업을 마친 영화, 미국 회사의 자본으로 외국인 제작진이 외국인 배우와 해외에서 촬영하고 해외에서 작업한 영화 등 다양한 사례에 모두 관세가 부과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SNS만으로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나 ‘길복순’ 같은 영화 모두에 관세가 적용되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촬영한 디즈니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미국 기업 디즈니가 자신의 자본으로 해외 여러 곳을 누비며 여러 나라의 국적을 가진 배우들을 섭외해 촬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처럼 한국에서 한국 제작진이 한국 배우로 촬영한 영화다.
블룸버그는 현재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이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제작비가 저렴하고 세제 혜택이 있는 국가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제작비가 높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현지 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는 미국 내 제작 시 혜택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배경도 모호하다. 블룸버그는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를 인용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콘텐츠 수입 3배 이상을 수출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 50위 영화 중 외국어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또 글로벌 흥행 10위권 영화는 모두 미국 스튜디오의 영화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미국 콘텐츠 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OTT 기업 역시 글로벌 콘텐츠 제작 전략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영화 관세로 중국, 유럽 등에서 규제가 강화되거나 미국 콘텐츠에 과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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