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3년 만에 또 사과…재계 총수 ‘대국민사과’ 살펴보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해킹 사고 이후 19일 만이다. 재계에서는 그룹 총수가 계열사 이슈에 직접 나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그룹이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다. 최 회장은 책임감 있는 소통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직접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최근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며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22년에 이어 약 3년 만이다. 그는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은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곳에 전산 시설을 둔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가 장애와 관련해 사과했다.
그는 당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정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느끼고 피해를 보신 사용자와 고객사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당시 과방위 국감에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당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출석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는 5년 전인 2020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와해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권고하면서다.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은 2020년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다”며 “이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용 회장은 이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삼성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국내 인명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사과했다. 구 회장은 2020년 5월 20일 충남 서산 LG화학 대산공장을 찾아 사고 수습 상황을 살펴본 뒤 “최근 인도와 국내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면서 “많은 분께 염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대산공장에선 2020년 5월 19일 화재 사고가 발생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5월 7일 인도 남부 LG화학 공장에서도 화학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쳤다.
현대가(家)에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2022년 1월 17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현대차그룹은 2006년 4월 19일 회사 차원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편법 승계로 논란이 됐던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포함해 1조원을 내놓겠다는 사재 출연 방안도 내놨다.
사과문 발표 당일 중국에서 귀국한 정몽구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2016년 4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를 마친 후 대국민사과를 했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및 혁신안 발표’ 자리에서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며 “최근 그룹이 처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7년 당시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의 변호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한 적이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17년 11월 그룹을 통해 해당 사건과 관련 “자식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다”면서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도 피해자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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