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한테 잡힌 부산은행… 내리막길 지방은행, 디지털보다 중요한 건
지방은행 맏형 부산은행, 1분기 순익 카카오뱅크에 역전
지방은행의 위기가 더 이상 경고에 그치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방은행 1위인 부산은행마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추월당했다. 전통의 지역 은행이 경기 침체와 인터넷전문은행의 플랫폼 경쟁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74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카카오뱅크에 앞서있던 부산은행 마저 큰 폭으로 따돌렸다. 부산은행의 1분기 당기순익은 856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경남은행 694억원, 광주은행 670억원, 전북은행 515억원 등 많게는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자이익에 더해 비이자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부산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들은 여전히 전통적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비이자이익은 각각 102억원, 94억원에 그쳤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다르지 않다. 전북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4억원, 광주은행은 193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비이자이익은 2818억원이다.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대출, 간편 계좌 개설, 앱 기반 금융상품 추천 등 플랫폼 중심 수익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며 수수료 수익, 고객 데이터 자산을 키워온 반면 지방은행은 디지털 혁신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뒤늦게나마 지방은행들은 최근 인터넷은행과의 협업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공동대출’이 대표 사례다. 공동대출은 두 금융기관이 협력해 하나의 대출을 제공하는 상품인데,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함께 지난해 8월 ‘함께 대출’을 선보였고 올 하반기에는 전북은행과 카카오뱅크가 공동대출을 선보인다.
인터넷은행은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분산효과를 누릴수 있고 지방은행은 플랫폼 제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윈윈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은행이 지역경제와 연결된 만큼 지역경제 쇠퇴가 곧 수익 기반 약화로 직결돼서다.
지방은행의 역할이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 만큼 지역 균형 발전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에 디지털 전환 지원, 규제 완화, 정책적 보호 장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백종일 전북은행장은 지방 균형 발전과 관련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황정원 한국금융연구원은 “인구 감소 고령화, 디지털 은행과의 경쟁 등 우리와 같은 상황인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자국 내 은행의 인수‧합병 제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지방은행의 사업 확대 등을 지원하는 측면과 은행 스스로도 수입원 다변화를 위한 해외 진출 등 노력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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