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AI 코딩 생태계 주도권 경쟁, 한국은 준비됐는가

2025-05-12     이윤정 기자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코딩 생태계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한 코드 자동화의 수준을 넘어서 AI가 실질적인 개발 주체로 떠오르며 새로운 기술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 흐름은 데이터 확보와 플랫폼 장악, AI 에이전트 확장까지 이어지는 전방위적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전쟁의 전면에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1년부터 세계 최대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AI 코딩 도우미 ‘깃허브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했다. 최근 깃허브 발표에 따르면 누적 사용자가 1500만명을 넘겼다. 코파일럿이 단순한 자동완성 기능을 넘어 AI와 함께 개발하는 시대를 현실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깃허브는 올해 들어 국내에 공식 대행사를 지정하고 한국 개발자들과의 소통 강화에도 나섰다. 

아마존은 ‘아마존 Q 디벨로퍼’를 공개한 데 이어 차세대 AI 코딩 도구 출시를 예고했다. 애플도 AI 기반 개발 툴 강화를 위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손잡고  X코드의 차세대 버전 ‘바이브 코딩(Vibe-Coding)’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도구 제공을 넘어 AI 코딩을 통해 생태계 전체를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픈AI 또한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ail)’를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윈드서프는 자연어로 코드를 짤 수 있는 ‘바이브 코딩’ 기술로 주목받았고 현재 하루 50만명 이상의 활성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AI 코딩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파이썬이 범용 개발 언어로 부상한 과정과도 닮았다는 평가다. 단순한 스크립트 언어였던 파이썬은  방대한 오픈소스 생태계와 커뮤니티의 힘으로 기술 인프라로 자리잡으며 AI 개발의 중심이 됐다. AI 코딩 도구 역시 이와 유사한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누가 더 많은 개발자 경험과 학습 데이터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AI 플랫폼의 표준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은 AI 생태계 주도권 전쟁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자체 AI 코딩 도구나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드물고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도 활발하지 않다. 일례로 한국에는 233만명 이상의 개발자와 20만개 이상의 조직이 깃허브 기반의 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만 660만건 이상의 코드가 깃허브에 업로드됐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종속과 플랫폼 종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코딩 교육은 ‘문법 외우기’와 ‘입시용 스펙 쌓기’에 머물러 있고 AI를 활용한 미래형 역량을 기르는 교육은 아직 초기 단계다. AI 시대에 필요한 코딩 문해력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기술을 넘어 알고리즘적 사고력, 실용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이제는 한국도 AI 기술의 소비자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일이다. AI 코딩의 시대는 기술의 싸움이 아니라 주도권의 싸움이다. 한국은 지금, 그 싸움의 시작점에 서 있다.

이윤정 솔루션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