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상장 본격화한 명인제약… 승계비 낮추기 꼼수인가

2025-05-12     김동명 기자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치료제 ‘메이킨’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이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인제약은 현재 높은 현금성자산과 영업이익을 갖춰 자본시장에 진출할 이유가 없지만 일각에서는 상속 계획을 위해 몸값을 줄이고자 IPO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명인제약 본사 전경과 이행명 회장. / 명인제약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이 상장 예비심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관사는 KB증권으로, 회사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회계 감사는 현대회계법인이 맡았다.

명인제약은 종근당 영업사원 출신인 이행명 회장이 1985년 설립한 기업이다. 올해로 40년 업력을 맞이한 명인제약은 대중들에게 일반의약품인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F’와 변비치료제 ‘메이킨Q’ 등으로 유명하다.

다만 명인제약 매출의 80%는 전문의약품인 중추신경계(CNS) 제품에서 나온다. 명인제약 주력 전문의약품은 항우울제 ▲푸록틴 ▲뉴프람와 조현병 치료제 ▲리스펜 ▲큐로켈 ▲뉴로자핀 ▲레피졸 등이 있다.

지난해 회사는 중추 및 말초 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탈리아 제약사 뉴론(Newron)과 치료 저항성 조현병(TRS) 치료제인 ‘이베나마이드’의 한국 내 상용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명인제약은 업계 내에서 소위 ‘운둔강자’로 불리는 기업이기도 하다. 상장기업이 아닌 상황에서 CNS 전문의약품 기반으로 연매출 2000억원대, 영업이익률 30%라는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매년 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 2024년말에는 영업이익 927억원을 달성했다. 2024년 매출액은 2694억원, 순이익 686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장 내에서는 이미 탄탄한 성장세로 자본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명인제약이 IPO를 준비하는 이유에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승계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행명 회장의 결단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상 명인제약은 이 회장과 두 딸인 이선영·이자영 씨 등 특수관계인이 95.3%(1067만6000주) 지분을 보유한 가족 기업이다. 올해 이 회장이 77세에 이르면서 본격적인 상속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의 지분은 90.9%로, 예상 기업가치 기준으로 5090억원 이상이다. 현 상황에서 승계 작업이 이뤄진다면 상속할 주식 가치가 5000억원이 넘어 세율 50%에 할증과세가 붙어 상속·증여세율은 최대 60%(최대 주주 할증과세 적용)로 늘어난다.

명인제약의 예상 기업가치는 2023년 명인다문화재단 출범 당시 공개된 주당 평가액 5만원으로 환산시 5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회사는 피어 그룹(비교 그룹)에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진 환인제약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인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에 불과하다. 전날 기준 시가총액이 2174억원이다. 이는 명인제약의 예상 기업가치 대비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즉 명인제약은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려는 일반적인 작업이 아닌 추산 평가액보다 반으로 낮은 금액으로 회사를 축소 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상속공제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이 회장의 두 자녀는 경영 참여 이력이 거의 없다.

이선영 씨는 지난해 3월 말 명인제약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1년만에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후 동생 이자영씨가 100% 소유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가업승계 상속공제 지원제도를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에 참여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특히 명인제약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존재한다. 회사는 과거 이자영씨 개인 회사인 메디커뮤니케이션에 매출액 20%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급한 바 있다. 현재는 명인제약의 100% 자회사 명애드컴이 광고를 맡고 있다.

또한 메디커뮤니케이션이 서울 서초구 사옥을 매입한 2016년 명인제약이 보증을 서 자금 조달을 도왔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명인제약은 2008년과 2019년에 준비 미흡으로 상장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 예비심사를 앞둔 만큼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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