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MG손보 부실 처리할 '가교 보험사' 추진… 또 공적자금?
금융위, 14일 MG손보 관련 가교 보험사 설립안건 의결 예정 MG손보 임직원 구조조정 불가피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 정리 방안으로 가교 금융기관(보험사)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부실이 누적된 MG손보 문을 닫고 모든 계약을 가교 보험사로 이전한다는 방침인데, 정치권 및 노동조합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회의를 통해 MG손보 관련, 가교 보험사 설립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과거 여러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되자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교보험사는 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한 일종의 임시 회사다. 설립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하고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넘겨받는 방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험사 중 가교보험사가 설립된 사례는 이전까지 없었다.
과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 가교 저축은행 방식으로 부실 금융사를 해결한 전례가 있다. 정부가 가교 저축은행을 설립해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부채를 이전받아 운영하며 순차적으로 부실 정리를 시도했다.
가교 보험사가 설립되면 MG손보 신규 영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확산을 막고 계약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이에 따른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규 영업을 하지 않는 만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않아서다. 기존 영업조직과 설계사 등 인력 상당수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MG손보 노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일 MG손보에 ‘일부 영업정지 예정 사전 통지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긴급 운영위원회의를 추가로 개최하고 13일 오전 금융위의 폐쇄형 가교보험사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폐쇄형 가교보험사를 설립한다면, 금융당국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과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상 매각을 추진해야할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과 금융노동자, 금융소비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일부 영업 정지’와 ‘페쇄형 가교 보험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일 정례회의에서 신규 영업을 정지시키고 폐쇄형 가교 보험사를 설립한다하면 노동권을 행사해 최소한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가교 보험사 설립 결정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중요 사항을 강행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금융위 기본 입장인 것은 이해하지만,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금융당국과 제3자 인수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대선이 끝나고 처리 방향을 검토하자는 제안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결국 대선 전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정권이 바뀔 경우 MG손보 정리 방안이 또다시 표류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보가 폐쇄형 가교보험사를 운영한다해도 결과적으로는 대형손보사로 계약을 이전하는 방식이나 제3자 매각 방식을 또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앞서 메리츠화재 매각건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부실계약과 고용승계 문제였던 만큼 예보가 가교보험사 설립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MG손보 정리를 위해 매각절차를 이미 수차례 단행했으나, 전부 무산됐던만큼 폐쇄형 가교보험사 설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예금보험공사가 MG손보 매각을 위해 3년간 5차례나 매각 작업을 단행했지만 원매자를 구하지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급히 처리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매각주간사를 통해 여러 원매자를 지속 물색해왔지만, 최종적으로 불가하다는 결론을 받았다”며 “더이상 공개매각 추진은 어려운 상황으로 다른 원매자가 나타나서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한다면 해당 부분은 고려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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