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有無’가 성패 갈랐다”… 게임사 1분기 성적표 보니
주요 게임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게임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서도 크래프톤, 넥슨, 넷마블은 신작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별도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부진을 이어갔다.
크래프톤, 넥슨, 넷마블 신작 성과로 호실적
16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게임사들이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의 1분기 매출은 8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3% 늘어난 4573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실적 배경에는 주력인 배틀그라운드(PUBG) IP 프랜차이즈 확장과 신작 ‘인조이’ 흥행이 꼽힌다. 배틀그라운드는 3월 최대 동시접속자가 14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인조이는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는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한 크래프톤의 전체 IP 중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이다.
넥슨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넥슨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139억엔(약 1조82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416억엔(약 3952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주력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온라인에서 매출 회복세를 보였다.
신작을 통한 자체 IP 파워도 증명했다. 3월 말 출시된 마비노기 IP 기반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1분기 실적에 일조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3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넷마블은 1분기 영업이익이 497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1243.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6% 늘어난 6239억원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비용 효율화도 실적 개선세에 힘을 보탰다. 1분기 영업비용은 574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5% 감소했고 작년과 비교해 1.3% 줄었다.
신작, 주력작 모두 빛을 발했다.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의 흥행과 대표작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업데이트 성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RF 온라인 넥스트는 지난 3월 20일 출시 후 6일 만에 양대 앱마켓 1위를 석권했으며, 첫 대규모 업데이트에 힘입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 신작 부재로 부진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부재로 보릿고개가 이어졌다.
엔씨의 1분기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0%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 감소한 3603억원이다. 캐시카우였던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리니지 파워가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았다. 엔씨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2063억원으로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영업손실 124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고 매출은 1229억원으로 31% 감소했다. 신작 출시 공백, 주력 라이브 게임의 매출 하향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카카오게임즈의 1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은 961억원으로 41% 하락했다.
‘게임개발’ 본업으로 회귀… 신규 IP 발굴·파이프라인 확대 총력
게임사들은 2분기부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게임 개발 등 본업에 집중한다.
크래프톤은 2021년 인수한 AI 챗봇 스타트업 ‘띵스플로우’를 청산했고,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비게임 분야인 에듀테크 사업에서 철수했다. 엔씨소프트는 웹툰 플랫폼 '버프툰'(BUFFTOON) 서비스를 약 12년 만에 종료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륜차 무선 통신기기 전문기업 세나테크놀로지와 스크린골프 업체 카카오VX 매각을 추진하며 비핵심사업을 정리했다. 또 1650억원에 달하는 넵튠 지분을 크래프톤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향후 매각 자금을 신작 라인업 확충과 지분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신작을 앞세워 글로벌 공략도 가속화한다.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MMORPG로 준비 중인 ‘아이온2’를 올해 11월 한국과 대만에 선보인다. 이후 내년 중반까지 글로벌 시장에 확대 출시한다.
넥슨도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먼저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PvPvE 액션 신작 ‘아크 레이더스’를 연내 출시한다. RPG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는 6월 글로벌 알파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생존 탈출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오픈월드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등을 준비 중이다.
넷마블도 신작 공세를 이어간다. 이날 출시된 자체 IP 신작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시작으로 2분기 중 ‘킹 오브 파이터 AFK’를, 하반기부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뱀피르(구 더 레드: 피의 계승자)’, ‘몬길: 스타 다이브’, ‘프로젝트 SOL’,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스팀)’ 등을 출시한다.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부터 다양한 신작 정보를 공개한다. 액션 로그라이트 슈터 ‘섹션13’, 2D 도트 그래픽의 횡스크롤 액션 RPG ‘가디스 오더’, 중세 배경의 좀비 생존 시뮬레이터 ‘갓 세이브 버밍엄’, 대작 오픈월드 MMORPG ‘프로젝트 Q’ 등을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다.
인조이로 성과를 낸 크래프톤은 본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다. 먼저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신작으로 익스트랙션 슈팅 장르 프로젝트 ‘블랙버짓’, 배틀로얄 콘솔 게임 ‘프로젝트 발러’, 탑다운 전술 슈팅 신작 ‘PUBG: 블라인드스팟’을 선보인다.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신규 프랜차이즈 IP 확보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30여 개의 글로벌향 신작 개발·퍼블리싱 라인업 확보를 검토 중이다. 이 중 스핀오프 게임 ‘딩컴 투게더’ 출시와 함께 '서브노티카 2'를 올해 앞서해보기(얼리액세스)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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