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한계?… 작년 금융지주 순익 1위 삼성금융, KB에 다시 역전

연초 이후 주가도 부진 시총 5000억 증발

2025-05-19     윤승준 기자

지난해 실적에서 주요 금융지주를 제치며 우뚝 섰던 삼성금융이 올 들어 주춤하고 있다. 보험업 부진으로 순이익이 줄면서 모처럼 차지했던 금융지주 순익 1위도 KB금융에 다시 넘겨줬다. 시가총액도 연초 이후 5000억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은행이 없는 금융지주의 한계라는 시장의 분석인데, 차후 전망도 밝지 않아 본격 반등에는 시간이 걸릴거란 전망이 나온다.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1분기 삼성그룹 상장 금융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4곳의 합계 순이익(별도 기준)은 1조6716억원으로 전년동기(1조7485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 조선DB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1분기 삼성그룹 상장 금융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4곳의 합계 순이익(별도 기준)은 1조67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조7485억원과 4.4% 감소한 규모다. 회사별로 ▲삼성생명 7037억원(증감률 8.0% ) ▲삼성화재 5556억원(-18.8%) ▲삼성증권 2279억원(-3.4%) ▲삼성카드 1843억원(3.9%) 수준이었다. 

이는 호실적을 거둔 금융지주와 상반된 행보다. 1분기 KB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60.9% 급증한 1조6991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1조5170억원으로 57%, 하나금융은 1조1384억원으로 9.3% 순이익이 각각 증가했다. 우리금융만이 순이익이 6546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이에 작년 1분기 이후 연말까지 금융그룹 순이익 1위를 지켰던 삼성 금융은 1년 만에 다시 선두 자리를 KB금융에 내줬다. 신한금융과도 순이익이 1500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 추세라면 2분기 또는 3분기쯤 신한금융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실적호조가 연장되지 못한 것은 은행 계열사를 갖추지 못한 구조적 한계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상 산업자본에 해당,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비은행 호황기에 실적이 좋다가도 비은행 침체기엔 실적이 나빠진다. 지난해 삼성 금융사의 실적이 좋았던 것도 생명·화재·증권·카드가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각 업종 1~2위를 차지한 게 주효했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자수익 등을 통해 순이익을 확대한 은행을 제외하면 보험·증권·카드 등 업황은 좋지 못했다. 3대 생보사(삼성·교보·한화) 합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7%, 5대 손보사(삼성·DB·현대·KB·메리츠) 순이익은 16.9%, 4대 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는 17.5%씩 각각 감소했다.

그나마 금융지주의 경우 순이익이 28.3% 늘어난 은행으로 실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의 은행 비중은 평균 73%로 1년 전(64.1%)보다 약 10%포인트 올라갔다.

1분기 삼성금융 및 주요 금융지주 순이익. / 윤승준 기자

삼성금융 ‘맏형’ 삼성생명 시총 2.3조원 증발

실적 부진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금융 ‘맏형’인 삼성생명은 연초 이후 시총이 2조2600억원 증발했다. 삼성화재·증권·카드가 선전하긴 했으나 삼성금융 4사의 시총은 결과적으로 연초대비 5000억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이 4조2100억원, 신한금융이 1조6400억원, 하나금융이 2조5500억원, 우리금융이 1조9900억원 늘린 것과 상반된다.

증권사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만5000원, 한화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10만6000원으로 4000원씩 내렸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없었다. BN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은 삼성화재에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고 삼성카드도 한국투자증권·BNK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의견 중립을 받았다. 매수로 일관하는 증권사 특성을 고려하면 중립은 사실상 매도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삼성화재처럼 밸류업 공시를 통해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업황 부진 등으로 당장 실적 개선이 어렵다면, 주주환원 강화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 금융사 중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곳은 현재까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삼성생명 0.49배, 삼성증권 0.66배, 삼성카드 0.53배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3사의 밸류업은 시급하다.

다만 밸류업 공시에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어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긴 힘들 전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밸류업 공시를 실제 할지, 언제 낼지, 한다면 어떻게 내용을 담을지 정해진 게 없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밸류업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면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