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양극화 심화… 대형·중소형사 손익 격차 더 벌어져

대형사 10곳 2조원 벌 때 중소형사 16곳은 2600억원 버는 데 그쳐 부동산 PF 수수료 수익 및 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감소 영향

2025-05-20     윤승준 기자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순이익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올 1분기만 하더라도 대형사는 10% 이상 순익을 늘렸지만 중소형사는 반대로 10% 넘게 빠졌다. 

중소형사 대부분이 부동산 PF 부실 사태 후 주 수익원이던 부동산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이를 대체할 수익원을 찾지 못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규제 강화 방안도 앞두고 있어 양극화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10곳의 순이익은 총 2조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12.3% 늘어났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3조원 미만 중소형사 16곳은 순이익이 2612억원으로 14.3%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20일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1분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10곳(한국투자·미래에셋·NH·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키움·대신)의 순이익은 총 2조27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8054억원)과 비교해 12.3% 늘어난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3조원 미만 중소형사 16곳(교보·한화·유안타·현대차·IBK·BNK·우리·iM·유진·DB·LS·부국·다올·SK·한양·유화)의 순이익은 전년 3047억원에서 2612억원으로 14.3% 감소했다.

대형사 실적은 꾸준한 개선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사 실적은 들쭉날쭉이었다. 교보증권(증감률 61.7%), 현대차증권(89.3%), 한양증권(57.7%), 다올투자증권(41.6%), iM증권(흑자전환) 등 7곳은 사정이 나아졌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89.8%), 유안타증권(-73.3%), IBK투자증권(-66.5%), 유진투자증권(-61.5%), BNK투자증권(-60.8%), 한화투자증권(-51.5%) 등 9곳은 악화했다.  

일부 중소형사의 실적 부진은 주 수익원이던 부동산 PF 관련 사업이 살아나지 못하면서다. 2022년 1분기 2839억원이었던 중소형사 16곳의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분기 968억원으로 줄어든 뒤 올 1분기엔 8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채무보증 충당금으로 쌓은 금액이 525억원에 달해 1년 전(343억원)보다 2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PF 대출 부실 여파가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 3월 말 증권사 전체 PF 신용공여에서 30.3%(5조2057억원)를 차지했던 중소형사 14곳은 올 3월 말엔 점유율이 23.7%(4조2703억원)로 급감했다. 19일 기준으로는 22.3%(4조725억원) 수준이다.

1분기 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 합계 순이익. / 윤승준 기자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부문에서도 중소형사 존재는 미미했다. 중소형사 16곳은 1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외화증권수탁 수수료로 1676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1년 전(2021억원)보다 17.1% 줄어든 규모였다. 시장 점유율도 13.6%에서 11.3%로 2%포인트 내려갔다.

대형사가 증시 침체에도 1조12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과 상반된다. 자기자본 3000억원대인 토스증권이 수수료 수익을 세 배 늘린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어려워 중소형사들이 수익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1분기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금액은 6조97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2023년 3분기(6조8087억원)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금융을 대체할 수익원을 새로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브로커리지 부문은 대형사 10곳과 토스증권이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기업금융(IB) 부문의 DCM(채권발행시장)·ECM(주식발행시장)은 대형사들이 80% 이상(주관금액 기준)을 장악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사업 기반이 대부분 부동산금융 채무보증에 쏠려 있던 증권사는 부동산금융을 대체할 수익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DCM·ECM 모두 대형 증권사 위주로 구성돼 있어 중소형사가 영업이익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달 중 발표할 ‘부동산PF 건전성 규제방안’도 증권업계 양극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 값 개편 ▲부동산 PF 총 익스포저 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소형사들이 집중했던 부동산 PF 경기가 악화하면서 재작년 말부터 양극화 현상이 지속해 왔다”며 “당국에서 부동산 PF 신용공여 채무보증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PF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양극화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