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투자 손익 줄줄이 뒷걸음질… 관세·탄핵 쇼크 직격탄

푸본현대, 적자 기록…미래에셋생명 간신히 적자 면해

2025-05-20     전대현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의 1분기 투자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 등 금융시장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환율이 크게 요동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생명보험사 1분기 투자손익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생명보험사 13곳의 올해 1분기 전체 투자손익 합계(별도 기준)는 6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7995억원 대비 24.4% 감소했다.

보험사들은 크게 보험영업과 투자를 통해 돈을 번다. 보험영업을 통해 받은 보험료를 굴려 자산운용을 한다. 여기서 발생한 투자수익과 투자비용을 합산한 것을 투자 손익이라고 한다. 

투자 손익이 크게 감소한 보험사는 푸본현대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404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91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올해 1분기 투자손익은 3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211억원 대비 98.6% 감소하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그 외에도 ▲한화생명 702억→ 208억원(70.4%↓) ▲KDB생명 95억→72억원(24.2%↓) ▲교보생명 2979억→2423억원(18.7%↓) ▲KB라이프생명 485억→430억원(11.3%↓) ▲삼성생명 2212억→1990억원(10.1%↓) 등 대다수 보험사 투자손익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투자손익이 늘어난 곳도 비용 절감을 통해 이뤄낸 실적이었다. 투자손익이 증가한 곳을 보면 ▲ABL생명 -23억→255억원(흑자전환) ▲농협생명 25억→149억원(496.0%↑) ▲신한라이프 222억→412억원(85.6%↑) ▲흥국생명 102억→215억원(110.8%↑) ▲DB생명 207억→247억원(19.3%↑) 순이었는데, 이들 보험사 대부분 투자로 벌어들인 전체 금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투자손익이 부진한 배경에는 외화거래이익이 급격히 감소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분기 생보사 13곳의 외화거래이익은 3조752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640억원으로 69.8% 급감했다. 외화거래이익은 보험사들이 환율 변동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항목이다.

보험사는 주로 국공채나 회사채 같은 채권 자산에 주로 투자하지만, 이 중에는 ▲해외 채권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 등 해외자산에도 적지 않다. 국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 수익률 제고 유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장기채권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해외 자산시장에도 지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 외화거래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1분기 탄핵정국 국면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인상 압박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 불안감이 크게 확대됐다. 1분기말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72.9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반면, 보험사들의 외화거래이익이 3조원을 넘어섰던 지난해 1분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00원 초반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외화거래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삼성생명으로, 지난해 1분기 1조98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89억원으로 60.0% 감소했다. 이어 ▲교보생명 6912억원→1621억원(76.5%↓) ▲NH농협생명 3318억원→508억원(84.7%↓) ▲한화생명 4387억원→2089억원(52.4%↓) ▲푸본현대생명 2419억원→88억원(96.4%↓) ▲동양생명 1837억원→648억원(64.7%↓) 순으로 집계됐다.

생보사 13곳 모두 외화거래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며, 업계 전반적으로 외화수익성이 큰 폭으로 위축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향 보이고 있다"며 "장기채 투자 위주로 투자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외화채권을 취급할 유인이 더욱 적어져 대다수 보험사가 외화채권 취급을 꺼리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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