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 부실 관리 고삐 죄지만… 부동산PF 정리 지지부진

금감원, OK저축은행 시작으로 업계 현장조사 시작

2025-05-21     한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 관리를 압박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를 독촉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저축은행 수익성을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6월까지 최대한 정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그간 쌓인 매물을 완전 해소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 10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DALLE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부터 연체율이 급등한 O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10여 개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부실 사업 정리와 리스크 관리에 미흡했다고 보고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 건전성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같은 날 전국 79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건전성 관리를 위한 워크숍도 열었다. 

저축은행 규모와 상관없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떠안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리스크 대응에 고삐를 죄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작년 6월부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바꾸고 올해 6월까지 부실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유도해왔지만, 부실 정리가 지연되면서 연체율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대비 2%포인트가량 상승한 8.5%를 기록했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지속되었던 2015년의 9.2% 연체율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PF 성격의 대출 연체율은 18.9%로 1년 전(8.6%)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 가운데 현장조사 첫 타자가 된 OK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9.1%다.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PF 대출 연체율은 10.4%를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지표는 악화하는데 PF 사업장 정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부동산PF 플랫폼에 공시된 저축은행 관련 PF 사업장은 124곳이다. 전체 395개 사업장 가운데 31.4% 수준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32곳은 입찰 개시도 하지 못했다.

지역 사업장보다 수요가 있다는 서울 사업장 역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사업장은 총 11곳인데 지난 2월 5곳에서 6곳이 추가로 늘었다. OK저축은행이 내놓은 매물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상업시설로 감정평가액은 152억원 수준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입찰에서 나온 최저 입찰가는 99억7000만원으로 매도가격 차가 크게 난다.

업계에서는 PF 사업 정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는다.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사업성이 악화했고, 부실 자산을 매각하려 해도 가격 이견 등으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는 것보다 연체 상태로 유지하며 시장 회복까지 시간을 벌려는 유인이 크다. 통상 PF 대출은 부동산 담보를 기반으로 하는데 부실화된 사업장의 자산 가치는 급락한 상태여서 공경매를 통해 자산을 회수해도 손실 규모가 크다는 것도 한몫한다. 

여기에 복잡한 이해관계도 정리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PF 대출에는 신탁사, 시공사, 시행사, 복수의 금융기관이 얽혀 있어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법적 분쟁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연체율이 더 치솟기 전에 정밀 관리가 필요하다”며 “2분기까지 연체채권 정리를 최대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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