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IPO 삼수생 케이뱅크에게 필요한 건

2025-05-23     한재희 기자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상장 철회를 결정한지 5개월 만이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약속 때문에 더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한은 내년 7월이다.

IPO 준비에 통상 8~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시도다. 2022년 첫 도전 때는 시장 상황이 나빴고, 지난해 두 번째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요예측 결과에 발을 뺐다. 

지난 번 실패를 보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이 새삼 뼈아프다. 케이뱅크는 주가순자산비율(PBR) 2.56배를 적용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PBR이 1.6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간 고평가가 아닐 수 없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9500원~1만2000원.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하단은 3조9586억원, 상단은 5조3억원이다. 그러나 수요예측으로 제시된 시가총액이 3조5000억원에 그쳐 결국 상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이라고 시장 여건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글로벌 통상 갈등에서 비롯한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한 달 사이 100원 가까이 떨어지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코스피 역시 출렁이면서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올해 대형 IPO 후보였던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적 면에서도 의문이다. 케이뱅크는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61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 대비 68.2% 감소한 수치다.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한 탓인데 이는 지난해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0.1%에서 연 2.1%로 오른 예치금 이용료(이자) 영향이 컸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수를 빠른 속도로 늘렸고 흑자전환 등에도 성공했지만 뒤늦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케이뱅크의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대출 확대 중심의 외형 성장, 금리차 수익 의존, 제휴 기반 고객 확보 등은 기존 시중은행이 걸어온 전형적인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에 둔 은행이라는 포장은 씌워졌지만, 정작 속은 전통 은행의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은 ‘포장’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지금 케이뱅크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보수적인 공모가 설정, 안정된 수익구조 제시, 시장 친화적인 전략 수립이 수반돼야 한다. 

아쉽게도 시간은 케이뱅크의 편이 아니다. 데드라인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FI의 투자금은 7250억원.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동반매각에 나설 수 있다. 케이뱅크는 물론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매도청구권을 통해 지분을 되사야 한다.

고평가된 공모가로 흥행을 노리다 또다시 실패한다면, 그 파장은 단순한 상장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삼수 타이틀을 달고도 IPO에 실패했다는 최악의 결과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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