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도 무너졌다… 공정위, 유튜브에 면죄부 주나

2025-05-25     변인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유튜브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의 자진 시정안 수용, 즉 ‘동의의결’을 통해 사건을 종결하기로 하면서다. 구글은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신설하고, 3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경쟁을 위협받은 국내 음원 플랫폼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해당 기금이 오히려 유튜브에 대한 아티스트 종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챗GPT 생성 이미지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14일 구글이 신청했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키로 결정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시정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경우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법을 위반했는지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즉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는 혐의에서 끝난 채 사건이 마무리된다는 의미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2월부터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은 2018년 6월부터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 광고를 제거하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 이용권을 결합해 판매해 왔다. 유튜브 뮤직만 별도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요금제도 있지만 유튜브 광고만 제거하는 별도 요금제가 없었다.

상생기금, 구글 유튜브 마케팅용으로 쓰일 수도

문제는 구글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제안한 상생지원기금이다. 구글은 공정거래위원회에 300억원 상당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구독 상품과 연계한 소비자 후생 증진 및 국내 음악 산업, 아티스트 및 크리에이터 지원 활동 등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끼워팔기 여파로 경쟁력을 잃은 국내 음원 플랫폼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상생지원기금을 기존 구글의 사회공헌 활동과 별개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정도로만 인식한 모양새다.

특히 업계는 상생기금이 구글의 유튜브 락인 효과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구글이 상생기금의 일부를 블랙핑크, BTS와 같은 글로벌 K-팝 아티스트와 연계된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창작자의 유튜브 종속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9660만명, BTS는 803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올해 완전체 활동이 예정돼 있어, 유튜브 입장에서는 기금 집행의 타이밍으로 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 IT조선

공정위 판단 지연 사이… 韓 플랫폼 생태계는 무너졌다

구글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유튜브 뮤직과 묶여 판매된 건 2018년부터지만, 공정위는 2023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동의의결은 2025년에야 개시됐다. 그 사이 유튜브 뮤직은 멜론을 제치고 국내 음원 플랫폼 MAU(월간 활성 사용자) 1위에 올라섰다.

구체적인 기능 개선이나 요금제 변화 없이 점유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유튜브의 기존 프리미엄 정책이 사실상 시장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작동한 셈이다. 스포티파이 역시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 도입 후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국내 음원 플랫폼은 침체에 빠져 있다.

국내 플랫폼은 뮤직비디오 업로드 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며, 위반 시 영업정지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유튜브는 심의 없는 콘텐츠 선공개가 가능해, 아티스트들에는 더욱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자연스레 팬덤과 시청 트래픽도 유튜브로 쏠리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올해 BTS와 블랙핑크 같은 아티스트 겸 크리에이터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유튜브가 이들을 활용한 글로벌 마케팅에 상생기금을 활용할 것이다”라며 “기존에 책정됐던 프로모션 예산을 상생기금으로 치환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와 관련해 22일 브리핑에서 “동의의결은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아니며, 제재 예상 수준에 비례한 시정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00억원의 상생기금은 기존 사회공헌과는 별개로 운용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