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인 거래하는 시대… 한국은 코인 금지 후진국”
페이팔·코인베이스는 이미 자동화 결제 실험… “한국은 참여조차 못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의 뒤처진 제도와 인프라 현실을 진단하고 시급한 대응을 촉구했다.
26일 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회는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대한민국! 크립토 1000조 주가 5000을 위한 디지털자산위원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디지털자산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디지털자산 제도화 지연이 산업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국채 토큰화를 중심으로 연 50% 이상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블랙록, 프랭클린템플턴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우리는 법이 없어 RWA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기 비용과 불명확한 규제 환경으로 창업 기업의 진입 자체가 차단된 상태”라며 “정부가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명확히 해야 민간도 따라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규제 대응이 한참 뒤처져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디지털자산을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미 AI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한국은)지금처럼 코인을 불법 취급하는 기조로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에 편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팔은 AI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결제·환불할 수 있게 했고, 코인베이스는 AI 간 자동화 거래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법인도, 금융사도, 대기업도 코인을 만질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처럼 코인을 불법 취급하는 기조로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에 편승할 수 없다”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을 기술이 아닌 실물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과거 인터넷도 처음에는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네이버처럼 거대한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며 “디지털자산도 실물과 연결된 모델이 있어야 진짜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일본은 지역 주민이 노인을 돕고 지역 화폐를 받는 ‘언투 헬프(Earn to Help)’ 모델을 실험 중”이라며 “한국도 디지털자산을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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