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5년간 금융사고 174억… 책무구조도 적용시 엄벌 가능성
KB손보 내부직원 횡령 14억, 흥국화재 8억 금융사고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조직 사기나 내부 직원 일탈로 인한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보험사 부담이 가중된 만큼,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 10곳이 2020년부터 이달 23일까지 공시한 '금융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실금액' 174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사 5곳(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흥국생명·KB라이프·처브라이프)에서 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KB손보·흥국화재·MG손보·하나손보)에서 7건의 금융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금융사고 유형별로 보면 보험사 직원이나 설계사가 사문서를 위조해 보험금을 부당 횡령하는 사례가 대다수 인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올해 적발된 보험사기 발생 금액만 20억원을 넘겼다. KB손보와 흥국화재에서 각각 14억원, 8억원 가량의 금융사고 손실이 발생했다.
KB손해보험은 고객이 사망 후 가족들이 장기간 찾아가지 않은 해지환급금을 내부 직원이 횡령한 사건을 적발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KB손보는 2020년, 2022년에도 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9억8000만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흥국화재는 2017년 8월~ 2018년 말 외주업체와 맺은 계약 중 의심가는 금융거래를 이달 23일 내부 감사를 통해 확인했다. 흥국화재는 이를 통한 금융사고 손실이 약 7억8000만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현재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보상담당자가 위임장을 위조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6억3895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계약 중 고객들이 장기간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 위임장을 위조해 횡령했다.
MG손보는 지난해 4월 실제 청구 권한이 없는 보험계약자에게 화재보험금 24억8411만원을 잘못 지급했다. 계약자가 청구 권한이 없음에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보험금을 지급했다.
삼성생명은 소속 설계사가 2017년 6월~ 2019년 8월까지 사문서를 위조하는 불법행위를 2020년 10월 발견했다. 해당 기간 발생한 손실금액은 39억원이다. KB라이프생명도 2023년 5월 소속 설계사가 사적인 목적으로 당해 회사의 문서를 위조했다. 고객으로부터 6억1362만원에 달하는 뒷돈을 챙겼다.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산하 설계사가 2017년말부터 2022년말까지 사고자의 보험료 명목으로 8378만원의 금원을 편취했다. 회사는 해당 사실을 2023년 10월 인지했다.
처브라이프는 영업단에서 금융사고가 2건 발생했다. 전속설계사 조직과 GA 조직이 작성계약을 통해 각각 8억9100만원, 3억7000만원을 부당 편취했다. 작성계약은 설계사들이 본인이나 지인 명의로 가짜 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료를 대납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난 후 해지하는 계약을 말한다. 일부 영업 조직이 영업 실적을 채우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금융사고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 해도 실제 손실액을 보전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에 비해 부당 행위를 적발하는 시점이 늦다보니 현실적으로 횡령한 금액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계사 개개인과 직원 일탈을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책무구조도를 오는 7월 자산 5조원 이상 보험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책무구조도는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해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목적을 둔다.
기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모호해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제고 요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에 도입 중이다. 현재는 생보사 16곳, 손보사 10곳이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 중이다.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를 비롯해 내부통제 장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 전문가 중심의 통제기구가 조직 내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해도 제대로 된 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원회에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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