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신뢰·편의성 3박자 갖춰야"

제도 없이 발행만 논의…기업도 개인도 쓸 수 없는 구조 필요 사용자 중심 설계·금융 연동·보상 구조 갖춰야

2025-05-28     원재연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통화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발행 이전에 풀어야 할 기초 제도 인프라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계 기준, 민법상 권리구조, 세제 체계 등 제도 전반의 정비 없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가 28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 구조 논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28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세미나에서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지금의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단순한 기술 발명이 아니라 화폐 구조 개편에 가까운 논의”라며 “중앙은행이 참여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조건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강희창 포필러스 프로덕트 리드는 “스테이블코인을 쓴다는 건 단순히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와 보관, 회계와 세금까지 가능한 전체 인프라가 완비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커스터디와 회계처리 구조조차 없어 실제 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권리 귀속과 회계 기준 같은 기초적인 요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물경제와의 연동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효봉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실제로 법적 권리를 갖지 못하는 구조에선 어떤 금융 기능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행법상으로는 선의취득이 불가능해, 사고 발생 시 투자자 보호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민법 개정을 통해 물권적 권리 인정, 담보 제공 가능성 확보 등 기본 민사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혁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통화로서 기능하려면 유동성, 안정성, 짧은 만기 등 현금성 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요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이같은 회계기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실물 거래에서 사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왼쪽부터 이종섭 서울대 교수, 서병윤 DSRV CSO, 이우성 삼성카드 전무, 크리스티 리 앱토스랩스 APAC 총괄, 임종규 레이어제로 한국지사 대표, 정수현 신한투자증권 선임. / IT조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한 기술 구현보다 금융 인프라와의 연동성, 규제 당국과의 신뢰 체계, 사용자 편의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이우성 삼성카드 상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서 상용화되면 디지털 지급 결제 밸류체인을 바꿀만한 변화를 만들 것이다“ 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전제로 한 구조 설계 필요성도 언급됐다. 정수현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유통, 환매 전 과정이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현재는 환금성 담보 구조가 미비하다”며 “결국 은행을 기반으로 한 담보 모델이 가장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병윤 DSRV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확산시키는 목적이 결국 사용자 확보라면, 보상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중요한 건 사용자의 신뢰와 지속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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