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오너家, 엇갈린 주가 희비… 증권 '웃고' 보험 '울고'

증권주 고공행진, 한국금융·대신증권 오너 자산 ‘쑥’… 김남구 회장 ‘1조 부자’ 보험주 약세에 현대해상 정몽윤 지분가치 -118억, DB 김남호 -223억

2025-05-29     윤승준 기자

비상계엄에 한동안 움추렸던 금융사 주가가 올 들어 랠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무역분쟁 해소 기대감이 시장 온기로 작용한 2분기 이후 한층 강세가 본격화됐다. 덩달아 금융사 오너들의 주식자산도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업권에 따라 온도차가 느껴진다. 증권사 오너들은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두둑해진 통장잔고에 배부를 법하다. 반면 보험사 오너들은 실적 악화 등에 따른 주가 부진으로 시장에서 소외돼 자산이 줄어들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 조선DB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금융’ 지수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1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 9.9%를 한참 웃돈다. 업종별로는 KRX 증권이 36.4% 올라 큰 폭으로 뛰었고, KRX 은행 18.2%, KRX 보험 4.5% 등의 수준이었다.

주가 상승은 오너의 지분가치 증대로 이어졌다. 상장 증권사 6곳(한국금융지주, 대신·신영·부국·유화·다올투자)의 최대주주 6명이 보유한 주식자산은 총 1조5680억원(보통주 기준)으로 지난해 말 1조1493억원 대비 36.4%(4187억원) 늘어났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김 회장의 주식자산은 작년 말 8224억원에서 전날 기준 1조1454억원으로 3230억원 늘어났다. 주가가 7만1300원에서 9만9300원으로 39.3% 상승한 결과다. 장남인 김동윤씨(한국투자증권 대리)도 자산이 240억원에서 334억원으로 94억원 증가했다.

김 회장 일가의 지분가치 증대에는 무엇보다 호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482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26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을 확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대선 정책 수혜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자산 증가세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기간 871억원에서 1117억원까지, 5개월 만에 246억원 불었다. 3월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데 이어 1분기 호실적까지 거두면서 대신증권 주가가 올 들어 28.2% 치솟은 결과다. 지난주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고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 중이다. 양정연 씨, 양승주 씨 등 일부 특수관계인이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대신증권 오너일가 지분가치는 167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08억원 불어나게 됐다.

그 밖에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은 1302억원에서 1835억원으로 533억원, 김종건 부국증권 회장은 346억원에서 443억원으로 98억원, 윤경립 유화증권 회장은 275억원에서 318억원으로 43억원,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은 474억원에서 512억원으로 38억원 연초 이후 각각 늘어났다. 상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이 호재로 다가왔다.

금융사 오너 주식자산 평가액 변화. / 윤승준 기자

반면 보험사 오너들은 체면을 구겼다. 상장 보험사 3곳(DB손해보험·현대해상·코리안리) 최대주주 3명이 들고 있는 지분가치는 28일 기준 합계 1조218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2362억원) 대비 1.4%(174억원) 줄었다. 증권가 오너와 대비되는 수치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김 회장이 보유한 DB손해보험 지분가치는 6558억원에서 6335억원으로 5개월 만에 223억원 빠져나갔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확대 여파로 1분기 실적이 뒷걸음질하면서 주가가 올 들어 3.4% 하락한 게 악재로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도 주식자산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말 4858억원이었던 정 회장의 지분가치는 현재 4740억원으로 118억원 빠졌다. 1분기 현대해상은 20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3733억원) 대비 45.4% 줄어든 규모이자 대형 손해보험사 5곳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해당 여파로 주가는 연초 이후 3.8% 하락한 상태다.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장인순 씨만이 지분가치(1113억원)가 올 들어 167억원 증가했다.

증권·보험 오너들 간 자산 격차는 향후 더 벌어질 전망이다. 두 업종에 놓인 상황이 달라 주가 향방이 상이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증권사의 경우 여야 대선 후보들이 상법 개정 추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책을 공약해 어느 후보가 되든지 정책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거래대금이 몰리면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수익이 늘어날 거란 기대도 있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선정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호재도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을 운용하면서 원금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게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사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리 인하시 보험사의 채권 운용이익이 줄어들 수 있고 당국에서 추진 중인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도입될 경우 배당 여력마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기본자본으로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인데 현재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이익잉여금 등을 채워야 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 요인을 토대로 증권, 은행, 보험 순으로 투자 선호도를 제시한다”면서 “증권사는 금리 인하 외에도 자본시장 선진화 등 여러 성장동력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인 반면 보험사는 금리 하락이라는 매크로 환경뿐 아니라 할인율 제도 영향도 지속돼 보험사의 재무부담 감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