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0%대 성장률 충격에 금리인하 대응… 경기부양 무게

2025-05-29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0%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저성장 충격에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이은 네 번째 인하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저성장 우려가 커진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0.8%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2월 전망치엔 1.5%보다 0.7%포인트 하향한 것으로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지난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인 만큼 성장률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0.2%) 했고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에서 0.8%로 낮춰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전망치를 1.7%에서 0.7%로 한번에 1.0%포인트나 조정했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월 말 기준 0.8% 수준이다.

여기에 물가 등이 한은의 전망 경로에 부합하면서 동결의 명분도 약해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높지만 최근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변동 수준이 낮아졌다.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가계부채 관리도 지속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폭증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추가 인하 시점이다. 내달 3일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달라지고 새로운 정책들이 시행되는 만큼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하나증권연구원은 “ 2월보다 성장률 하향조정 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포워드가이던스 역시 인하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존에는 3분기 추가 인하 가능성이 관건이었다면 대선 이후 2차 추경 시점과 7~8월 관세 유예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따라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내년 성장,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경우 4분기 추가 인하 여부가 시장금리 방향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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