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간병보험 늘면서 보험금 지급거절도 '쑥’
지난해 생보사 보험금 부지급건수 1만5129건 2018년 이후 최대
생명보험사 보험금 부지급건수가 지난해 1만5000건을 넘어서며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신·저축성 중심에서 치매·상해·치아보험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부지급 사례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보험금 부지급건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생명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총 1만5129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만28096건에 비해 18.1%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보유계약 건수가 가장 많은 삼성생명의 보험금 부지급건수가 5020건(부지급률= 1.0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라이나생명 2720건(0.43%) ▲한화생명 2129건(1.05%) ▲교보생명 1351건(0.90%) ▲신한라이프 1070건(1.49%) 등 순으로 확인됐다.
생보사 보험금 부지급건수는 2018년 이후로 1만2000건대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만5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생보사 상품군이 다양해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간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보험금 부지급 사례가 적은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위주로 장사를 했지만, 2023년 이후 수익성이 높다 판단한 ▲치매·간병보험 ▲상해보험 ▲치아보험 등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상품 보유계약건수는 2023년 말 866만건에서 지난해 말 932만건으로 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상품들의 보유계약금도 103조9437억원에서 125조535억원으로 뛰었다.
문제는 생보사 상품군 중 보험금 부지급건수 대부분이 ▲치매·간병보험 ▲상해보험 ▲치아보험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보험금 부지급사례 1만5129건 중 1만1073건이 해당 상품군에서 발생했다.
특히 간병보험과 치아보험의 경우 약관상 면·부책 및 고지의무위반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많이 거절되는 상품이다. 금융당국도 꾸준히 소비자 유의를 당부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실제 생보사가 지난해 약관상 면부책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는 7890건, 고지의무 위반으로 거절한 사례는 6378건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보험가입 당시 상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해 보험금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치매·간병보험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받은 경우나 실제 간병비용을 지불했어도 간병비 지급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인이나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와 간병을 동시에 제공하는 제도다. 해당 서비스도 매달 5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대다수 보험사가 약관을 통해 이를 면책 사유로 들고 있다.
아울러 간병인 자격 등록을 취득한 사람에게 간병을 받는다 하더라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보험사가 카드전표나 간병근무일지 등 추가 서류를 요구했을 때 이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실제 간병인 사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 및 기록을 꼼꼼히 남겨놔야 불이익이 없다.
치아보험은 약관상 면·부책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빈번히 거절되는 상품이다. 이미 치료받은 부위의 경우 수리, 복구, 대체치료는 보장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모르고 가입해 불만을 품는 소비자가 상당하다. 가령 충치를 뺀 자리에 브릿지 치료를 한 뒤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이후 브릿지가 빠져 치료를 받는 경우 보험금 지급이 안된다.
아울러 한개의 치아에 복합치료를 받는 경우 둘중 치료비가 큰 항목만 보장된다. 30만원을 주고 브릿지 치료를 받은 이후 상태가 악화돼 100만원 짜리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경우, 100만원의 보험혜택만 적용된다.
이밖에 연간보장한도를 초과하는 경우나 사랑니 발치의 경우도 보험금 미지급 사유에 해당되지만, 이를 알고 가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단순 실수나 정보 부족으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를 줄이기 위해선, 상품 설명 책임과 계약 전 안내 의무도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약관을 제대로 인지하고 가입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보험 가입 전 설계 과정에서 소비자가 약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지의무 등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