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銀, SBI 제치고 자산 1위… 상상인 품고 굳히기?
연체율은 업계보다 높아 건전성 관리 과제 SBI는 교보에 인수 예정
저축은행 업계 1, 2위(자산기준) 순위가 역전됐다. 2000억원이라는 근소한 차이지만 2014년 출범 이후 줄곧 2위에 머물렀던 OK저축은행이 11년만에 1위에 올랐다. OK저축은행이 1위 자리를 지켜나갈지는 ‘종합금융’을 꿈꾸는 최윤 OK저축은행 회장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M&A에 성공한다면 업계 1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30일 SBI·OK저축은행 경영공시 등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말 기준 13조6612억원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의 13조4074억원보다 약 2500억원 더 많다.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9억원, 1조2719억원 줄었지만, SBI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이는 수신 전략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OK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11조5734억원으로 전년말보다 2241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12조3324억원에서 11조36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3288억원이나 줄었다.
OK저축은행이 파킹통장과 고금리 예적금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수신 감소를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최근 연 20%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작심한달적금’과 CU와 손잡고 연 최대 22% 금리를 주는 적금도 출시한 바있다.
OK저축은행의 유가증권도 크게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 증가한 1조9873억원으로 SBI저축은행의 7202억원 보다 5000억원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의 유가증권은 6707억원 감소했다.
자산규모는 OK저축은행이 앞섰지만 당기순이익과 건전성 지표는 SBI저축은행이 여전히 1위를 지켰다. OK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 114억원을 기록했고 SBI저축은행은 201억원으로 집계됐다.
OK저축은행은 이에 건전성 개선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현재 연체율은 9.1%로 전년말 기록했던 8.9%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업계 평균인 9.0%보다 다소 높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9.9%로 전년 동기 9.5%에 비해 상승했다.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9.64%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OK저축은행 등 10여개 업체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은 4.6%로 전년 동기 5.6%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7.0%에서 6.3%로 줄었다. 부동산PF 연체율인 2.87%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이 자산 1위 자리를 지켜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리테일 영업과 중저금리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SBI저축은행의 경우 하반기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 자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OK저축은행의 경우 건전성 관리 등이 선제적 과제인 만큼 자산 확대에 속도를 내기 보다는 부실 채권 상‧매각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OK저축은행의 경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진행 중이다.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인수가 결정된다면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인 2조3165억원이 합쳐지며 SBI저축은행을 크게 앞서게 된다.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에 인수된다.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맞춰 2026년 10월까지 지분 50%+1주를 단계적으로 넘겨주기로 했다. 이미 몸값이 정해진 상황인 만큼 건전성 관리와 안정적인 여수신 정책을 펼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내년 인수 절차가 마무리 난 뒤 수익성 제고 등의 전략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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