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이 만든 음악 정글… 위버스콘 페스티벌서 K팝 인기 실감 [르포]

2025-06-01     변인호 기자

“여러분, 오늘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너무 다행이에요!”(츄)

하이브 음악 축제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막을 올린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바라본 하늘은 쾌청했다. 이날 기온은 최고 24도였으나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왔다. 가수 츄(Chuu)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말한 것처럼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주 좋은날이었다.

좋은 날씨 덕분에 관객들은 인스파이어 리조트 디스커버리 파크 잔디밭에 앉아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위버스콘 야외무대를 만끽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열린 5월 31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 위버스파크 데이 전경. / 하이브

하이브는 ‘고 와일드(GO WILD)’를 테마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에 걸쳐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 위버스콘에는 27팀의 아티스트가 출연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장르도 다양해졌다. 아이돌뿐 아니라 정선아·민경아의 뮤지컬 넘버, 이무진과 넬(NELL), AKMU(악뮤), 십센치(10CM)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난다.

위버스콘의 올해 테마 고 와일드는 아티스트가 분출하는 ‘정글’ 같은 에너지를 말한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통해 음악 정글로 관객을 초대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본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음악 정글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른 정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가 넓은 디스커버리 파크의 동선을 넓게 설계하면서 관객 각자의 동선이 정글 속 넝쿨처럼 얽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위버스콘의 공간 활용은 성공적인 모양새다. 어디 한 곳에 병목현상이 발생해 관객이 밀집해 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위버스콘에서는 예년과 달리 야외무대에서 밤 공연인 ‘위버스파크 나이트’가 추가돼 더욱 다채로운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전 위버스콘까진 밤 공연 시간에 실내공연을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플레이’가 진행됐을 뿐이었다.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 전경. / 하이브

현장에서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야외무대, 휴게공간, F&B존, 대기줄 등 곳곳에서 다양한 외국어가 들리며, 위버스콘의 국제적인 인기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위버스콘은 전체 관객 중 외국인 비율이 56.5%에 달했는데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다만 올해 위버스콘의 외국인 관객 비율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

미국 보스턴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팬은 “방탄소년단(BTS)과 카이 등 다양한 K팝 콘서트와 공연을 봤지만 위버스콘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왔다는 다른 팬은 “보이넥스트도어 공연을 보려고 휴가를 내고 왔다”며 “내일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버스콘을 찾은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할 뿐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의 무대를 함께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것과 별개로 K팝 자체도 즐기는 모양새다.

위버스콘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단독 공연이나 팬 미팅, 팬 콘서트처럼 한 아티스트가 공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담당하는 공연은 자신의 최애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은데 위버스콘 같은 합동 공연은 다양한 무대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위버스콘의 매력을 꼽았다. 또 위버스콘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도 알게 된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밝혔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5월 31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 하이브

하이브가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리조트까지 와서 개최한 이유는 실내 공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위버스콘 실내 공연이 진행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지난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아레나급 공연장이다. 아레나급은 보통 1만5000석에서 2만석가량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규모를 말한다.

실내공연을 보기 위해 앉은 2층 뒷자리에서도 메인 스테이지 위 아티스트들이 맨눈으로 또렷하게 보였다. 이는 2023년 위버스콘이 열린 잠실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과 가장 다른 점이다. 두 공연장 모두 1만5000명쯤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체육시설이 아니라 공연용으로 설계돼 시야각이 우수했다.

관객과 무대 간 거리감이 적고 상하 단차도 안정적이다. 올해 ‘이세계 페스티벌’이 진행된 고척돔 역시 공간은 넓었지만 시야각 면에서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2025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트리뷰트 스테이지에는 '아시아의 별' 보아가 올랐다. K팝의 초석을 다진 선배 아티스트들을 기념하는 헌정 무대는 후배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의미를 안겼다.

2021년 트리뷰트 스테이지는 AI 기반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고 신해철, 2022년은 서태지 데뷔 30주년 헌정 무대가 진행됐다. 2023년은 엄정화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르세라핌, 지난해는 박진영(JYP)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보이넥스트도어·아일릿·투어스(TWS)·백호·프로미스나인 지원·엔하이픈·투모로우바이투게더 범규가 무대를 꾸몄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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