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신재생·지역화폐株 ‘정책 수혜’ 관련 ETF 훈풍 기대 [이재명 시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 날인 4일 ‘RISE AI&로봇’ 상장지수펀드(ETF)가 전날 대비 9.08%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ETF(레버리지·인버스 제외)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ETF는 솔트룩스, 로보티즈, NAVER,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AI 및 로봇 관련 기업을 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정식 취임하면서 임기를 시작,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 및 로봇 관련 ETF의 급등에서 보듯, 신산업 육성 정책에서 인공지능(AI), 기후위기 대응에서 재생에너지, 가계·소상공인 활력 제고에서 지역화폐 등의 종목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가 2.66% 급등한 가운데 AI와 신재생에너지, 지역화폐 등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역점 기업과 관련 종목들이 크게 올랐다. 코나아이와 코난테크놀로지 등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 기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AI 대전환을 통해 AI 3강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AI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다진 바 있다. 대통령실에 AI 전담 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고 AI전략기구를 설치해 국가적 AX 전략을 추진할 것이란 청사진도 그렸다.
이 과정에서 AI 기업의 실적 및 주가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문가 진단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AI에 집중 투자함과 동시에 한국형 플랫폼 개발에 다양한 지원을 진행할 방침인데 이는 관련 산업의 성장모멘텀이 살아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도 정책 수혜 기대가 큰 업종이다. 이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이라는 목표를 공약하며 재생에너지를 강조했다.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을 확대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고 전력망 및 수소·전기 기반 인프라인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해 에너지산업 육성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시장의 관심도 컸다. 이날 ‘PLUS 태양광&ESS’ ETF가 9.04%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RISE AI&로봇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은 ETF 종목이었다. 해당 ETF는 한화솔루션, LS ELECTRIC,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을 담고 있다. PLUS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6.60%, ‘KODEX 기후변화솔루션’ 5.49%, ‘RISE 글로벌수소경제’ 5.35% 등의 신재생 ETF도 강세를 보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직전 정부 정책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라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믹스로 전력 문제를 해결해 그간 부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업종들에 대한 변화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를 중심으로 소비 진작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추진하면서다. ‘상권르네상스 2.0’을 통해 지역별 상권을 디지털화하며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지역화폐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역화폐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이 수혜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코나아이, 다날 등 지역화폐 관련 기업을 일부 포함한 ‘RISE 플랫폼테마’ ETF는 7.91%로 장을 마감했다. 레버리지·인버스를 제외하면 ETF 전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한 정책 부양 기조와 추경 집행으로 내수, 유통, 소비재 업종의 반등이 가능하고 지역화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수혜를 입게 되는 테마주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 전 선반영된 종목이 적지 않아 공약 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증권주의 경우, 증시 부양 기대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주간 19.54% 올랐다. 대다수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공약에서 철회하는 등 세수 감소 우려 등으로 공약 축소 가능성도 존재한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와 증권주 강세 등 ‘이재명 트레이드’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이 추가적인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보단 공약 이행 여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재료 소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국내정책에 앞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흐름에 더 밀접한 연관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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