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직 수술 예고에 술렁이는 금융위·금감원
정책기능은 기재부로…감독 기능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로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을 예고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금감원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됐고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비어있는 상황이어서 수장 공백에 대한 부담도 큰 상황이다.
그간 정부가 바뀔 때 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논의돼 왔지만 실행된 적이 없었던 만큼 이재명 정부가 속도감 있게 금융당국 조직을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정책공약집을 발표하면서 금융당국의 조직개편과 닿아있는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산을 예고했다.
지난달 28일 후보자 시절 이 대통령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하는데 금융위는 또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다”며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까지 이어지는 조직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재부가 예산편성권을 이용해 다른 정부부처 위에서 군림한다는 판단 아래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기재부를 경제정책 수립 및 운영에 집중하도록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 기능까지 나누자는 것이다. 금융정책 부문은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방식이다. 결국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까지 금융당국의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간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감독은 금감원이 맡도록 하는 ‘이원화 구조’로 운용돼 왔다. 다만 금감원은 법적 독립성 없어 금융위의 지휘를 받아왔다. 금감원의 조직, 예산 등 모두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업무적으로도 제재 권한은 금융위에 있어 모든 검사 결과의 마지막 승인은 금융위가 한다. 사실상 금융위 종속 기관인 셈이다.
금감원에서 수행 중인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에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서다. 현재 금감원 소속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되고 검사 및 감독 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9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도 있다. 법안의 골자는 금융위원회에 집중된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금융감독 체계로 재편하는 것이다.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각각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기구로 분리하고 금융감독정책과 감독집행 기능을 일원화하는 등 대선 공약과 맞닿아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안팎에선 조직 개편과 수장 공백 등이 겹치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금감원을 떠났고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교체가 점쳐진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가 정부부처 가운데 인기 있는 이유로 서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란 농돔도 자취를 감췄다. 개편 방향에 따라 일부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내려가게 될 수도 있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후임 금감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홍성국 전 의원과 제윤경 전 의원 등 국회쪽 인사와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 임원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많은 추측들이 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조직 개편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고 그 사이 주요 정책 추진과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데 집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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