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육·해·공 모두 호령… ‘4대 강국’ 도약 기대
방산업계가 제70회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호국영령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가운데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이란 목표를 다짐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수출 중심 성장세를 보이며 목표 달성에 더욱 속도 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 방산 수출 지원 체계를 강화해 수출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6월 3일 필리핀 국방부와 FA-50 12대를 오는 2030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7억달러(1조원) 규모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액이다. 이번 계약은 11년 만의 재구매다. 필리핀은 2014년 3월에도 FA-50 12대 구매를 결정했다.
FA-50은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바탕으로 제작한 전투기다. 이번 계약을 포함해 T-50 계열 항공기는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 6개국 150여대에 수출됐다. 이들 수출 규모를 합하면 모두 12조원가량이다.
T-50 계열은 또 다른 K-방산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KAI는 2024년 12월 이라크에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국산 헬기 수리온 2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사상 첫 헬기 수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로써 기존 지상 무기 중심에서 수출 다각화를 본격적으로 노릴 수 있게 됐다.
K-방산은 K9 자주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K2 전차 등 기존 지상무기 체계에서 강점을 보였다. 특히 지상무기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K9 자주포의 경우 폴란드, 호주, 루마니아 등 9개국에 누적 수출 총액 13조원을 넘어섰다. 자주포 시장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앞으로 예정된 계약 물량을 모두 수출할 경우 K9의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미래 전장에 대비한 무인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무인차량 풀라인업을 모두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을 개발했다. 아리온스멧은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평가(FCT)를 수행한 후 관련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 역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SHERPA)를 2018년 처음 선보인 후 2024년 4세대 모델로 성능개량을 이어가는 등 무인화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해양방산 분야 역시 도약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미 조선업 재건을 내세우면서 미 해군성 장관의 국내 조선사업장 방문 등 한·미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는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국내외 군·방산 고위관계자들과 리셉션을 갖고 해양방산 협력을 논의하며 수출 확대에 힘썼다.
방산업계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수출 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에 나선다. 또 대통령 주재로 방산수출 진흥 전략 회의를 정례화해 방산업계 수출을 도울 계획이다.
국가간 계약이 이뤄지는 ‘방산 외교’가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공백이 생겼지만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가동으로 다시 수출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인 4월 SNS를 통해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 첨단기술로 무장한 K-방산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돌파할 신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중요한 견인차다”며 “이를 위해 범정부적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살펴보면 2018∼2022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2.4%로 9위를 기록했다. 세계 방산 수출 시장은 미국(40%)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16%)와 프랑스(11%)가 미국과 함께 상위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중국(5.2%), 독일(4.2%), 이탈리아(3.8%), 영국(3.2%), 스페인(2.6%) 등의 순이다. 한국(2.4%)과 4∼8위 간의 점유율 격차는 크지 않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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