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와 관계 끝났다”… 야당 후원시 응징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NBC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며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현직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며 "나는 그것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머스크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의 주요 정책을 공개 비판하고, 트럼프 역시 머스크를 향해 "미쳐버렸다"고 반격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그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트럼프와 머스크간 갈등은 대형 세금·지출 법안(일명 ‘원 빅 뷰티풀 빌’)을 놓고 촉발됐다.
머스크는 해당 법안을 “역겨운 재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법안은 전기차 세액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테슬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자신이 수행한 예산 절감 노력도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테슬라·스페이스X 등 주요 기업에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한때 정부 자문 역할로 불리던 ‘도지 장관’ 자격으로 정치에 관여했던 머스크는 5월말 자진 사임했으며 이후에도 자신의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의 거리를 점차 벌려왔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가 자신 없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성범죄 혐의로 수감 중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했다. 해당 글은 이후 삭제됐고 엡스타인 측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는 매우 무례한 사람이고,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는 머스크와 맺은 연방정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에 2억5000만달러(약 3425억원)를 후원한 인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트럼프를 지지한 공화당 의원들의 경쟁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할 의사를 내비치며 노선을 바꾸고 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계와 테크계에서 상징적인 ‘정치-기술 동맹’으로 여겨졌던 트럼프-머스크 관계가 사실상 파국에 이르면서 향후 미국 대선과 정치 자금 흐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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