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히자… 보험사로 몰린 수요, 약관대출 잔액 5년새 2조 '쑥'
주요 손보사 11곳 약관대출 잔액 18조4008억 삼성화재 이달 24일 보장성 상품 6개 약관대출 한도 30%로 축소 예정
손해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이 5년새 2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가계 대출 수요가 보험사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잡는 사례가 늘면서 보험사들이 일부 상품의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일 손해보험협회가 공시한 올해 1분기 주요 손보사 11곳의 약관대출 잔액은 18조4008억원이다. 2021년 1분기 16조2438억원 대비 13.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약관대출 잔액이 4조34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해상 3조5338억원 ▲DB손해보험 3조2431억원 ▲KB손해보험 3조2137억원 ▲한화손해보험 1조6958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보유한 보험상품을 담보로 회사가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기존 계약자가 해지할때 받을 수 있는 금액(해지환급금) 내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받은 원리금은 별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서민 급전 수단으로 활용된다.
손보사 약관대출 잔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21년 1분기 16조2438억원이던 대출 잔액은 ▲22년 1분기 16조9076억원 ▲23년 1분기 17조7458억원 ▲24년 1분기 18조3179억원으로 늘었다.
약관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입자도 늘고 있다. 이에 주요 손보사들은 일부 보장성보험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도한 대출로 자칫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장 많은 약관대출을 취급 중인 삼성화재는 오는 24일 '삼성 Super 보험'과 '삼성 올라이프 Super 보험' 등 6개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 한도를 해지환급금의 30%로 축소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한도를 60%에서 50%로 축소한지 약 3년 만이다.
약관대출 잔액이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와 DB손보도 약관대출 한도 축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과 더불어 약관대출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과도한 쏠림현상을 우려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 약관대출 우대 할인금리를 오는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6%를 초과하는 고금리 보험상품 계약자 ▲60세 이상 고령자 ▲비대면 온라인채널 이용자, ▲대출이자 미납이 없는 차주 등 일정 기준에 맞춰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트레스 DSR3단계도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만큼, DSR 규제를 받지 않는 약관대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험사가 관리가능한 대출총량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도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도 축소가 현실화하면 가계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대출총량을 맞추기 위해 일부 보험사가 대출 한도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대출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자본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지속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외에도 하반기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수요 변동폭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준경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상황과 부동산 경기에 따라 대출 수요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보험사 약관대출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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