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日 전기차 시장서 존재감… 캐스퍼로 분위기↑
캐스퍼 일렉트릭 투입 ‘신의 한수’… 5월 판매량 408% 급등 BYD도 경차 시장 진출, 韓.中 맞붙는다
12년 만에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자동차가 시장 안착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 전기차(EV)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오닉 5와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등 판매 라인업 확대와 온라인 판매 전략이 점유율 확보에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는 2009년 말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재진출에 나섰다.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현대차는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재진출 당시 아이오닉 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고 2023년에는 현지 법인명을 ‘현대자동차재팬’에서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바꾸며 일본 승용차 마케팅 부서를 신설했다.
또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검색 ▲결제 ▲배송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고 현지 차량 공유 업체와 협력해 차량 공유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와 함께 ▲MK택시에 아이오닉 5 50대 공급 ▲야쿠시마 교통 주식회사에 전기버스 일렉시티 타운 5대 공급 ▲아이오닉 5 N의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 공식 차량 선정 등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활동도 이어갔다.
이 같은 맞춤형 전략은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모빌리티재팬은 2024년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총 607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4.1% 증가했다.
업계는 현대차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전기차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4년 일본의 전기차 판매량은 5만9736대로 전년 대비 33% 급감했다. 현지 브랜드들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판매량 1위 브랜드 닛산 역시 전년 대비 44% 감소한 3만749대 판매에 그치며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쓰비시와 토요타도 각각 2504대, 2038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각각 64%, 30% 급감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열린 ‘2025 도쿄 오토살롱’에서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4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사전예약 당시 400대 계약을 기록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판매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일본에서 9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08.7% 증가했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08대로 시장 점유율은 0.2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수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 투입 이후 반등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성장은 캐스퍼 일렉트릭이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크기·가격·주행거리 등을 갖춰 일본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지 판매가는 284만9000엔(약 2600만원)으로 경쟁차종인 닛산 리프(408만엔), BYD 돌핀(363만엔)보다 저렴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58킬로미터(㎞)로 현지 전기차 판매 1위인 닛산 사쿠라(180㎞)보다 2.5배 길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일본 언론의 호평도 받았다. 일본경제신문은 해당 차량이 일본의 좁은 도로에 최적화돼 있으며 주행 성능과 운전보조장치(ADAS) 등 안전 사양도 충실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를 능가하는 차량을 내놓지 못하면 일본 제조사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승용차와 상용차 시장 모두에서 친환경 모델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앞세워 올해 1500대 판매를 달성하고 향후 5년 내 연간 600대 이상 판매로 현지 판매량을 10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한편 중국 BYD의 전기 경차 시장 진출 예고로 현대차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BYD는 2026년 일본 시장에 특화된 경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전용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BYD가 일본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닛산 사쿠라(260만엔)보다 저렴한 250만엔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BYD가 경형 전기차를 출시하면 캐스퍼 일렉트릭과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단기간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