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200조 돌파 축포 이면… 올 신규 종목 5개 중 1개만 국내주식
전체 상장 ETF 65개중… 해외기초 ETF 44개, 국내는 12개 불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자산운용사의 ‘국장 외면’ 현상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신규 ETF 5개 중 4개 이상이 해외 기반 ETF였다. 국내 기반 ETF의 순자산 비중은 감소 추세다. 운용업계는 늘어난 해외주식 수요에 맞춘 결과라고 하지만 국내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줄여 국내 증시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산운용사 14곳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ETF 종목은 총 65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기반 ETF(주식‧채권‧원자재 등)는 12개로 전체 18.5%에 그쳤다. 해외 기반 ETF는 44개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국내&해외 혼합 ETF였다.
ETF 질적 차이도 컸다. 자산운용사들은 연초 이후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종류의 해외주식 ETF를 공격적으로 상장했으나 국내 기반 ETF에 대해선 채권 ETF 위주로 내놨다. 신규 주식 ETF는 6개인데 그마저도 모두 패시브(기초지수 추종) 방식이었다.
운용사별로 보면 ETF 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해외 기반 ETF를 9개, 국내 기반 ETF를 1개 각각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신규 ETF 8개 중 해외 기반은 5개, 국내 기반은 2개, 국내&해외는 1개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외 기반 3개, 국내 기반 2개, 국내&해외 4개의 ETF를 각각 내놨다. KB자산운용의 신규 ETF 9개는 모두 해외에 기초한 ETF였다.
운용업계는 투자자 수요를 반영해 해외 위주로 ETF 상품을 출시했단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해외 상품에 더 관심이 큰 상황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려다 보니 해외 기초 ETF를 많이 출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종목을 차별화해서 담아야 신상품 의미가 있는데 국내 기초 ETF는 이미 라인업이 꽤 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위주로 ETF 시장이 흘러갈 경우 국내 증시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ETF는 특정 지수 또는 자산 집합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해외 기반 ETF 투자가 늘어나면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1년 전부터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어긋난다. 투자자를 사로잡을 국내 기반 ETF가 대거 나오지 않으면 국내 시장으로의 수급이 줄어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 2023년 6월 29일부터 2025년 6월 4일 약 2년간 ETF 순자산총액이 두 배(100%) 늘어날 때 코스피는 8.6% 오르는 데 그친 것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 기업인 자산운용사에 국내 기반 ETF 상품 상장을 강요할 수도 없다. 이를 두고 자산운용사가 해외 기업과 협업해 ETF를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별화된 ETF 상품 개발로는 (국내 기반 ETF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해외 자산운용사와 합작해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콘텐츠, 푸드, 방산 등 경쟁력 있는 ETF를 만들면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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