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ETF로 ‘틈새 공략’ 나선 중위권 운용사… 미래·삼성 아성 도전
신한 양자컴 ETF 1개월 수익률 39%로 1위… 상위 10개 중 6개가 테마형 ETF KB‧한화 등 중소형 자산운용사 6곳 신규 ETF 중 테마형 ETF 비중 40~50%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아직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두 공룡 운용사의 아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ETF 수익률 순위에서 상위권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혁신과 차별화를 내건 ‘틈새 공략’이 먹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진단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된 최근 1개월간(5월 9일~6월 10일) 주요 ETF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레버리지·인버스 제외)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로 확인됐다. 한 달 수익률은 39.3%다. 중소형 운용사 상품으로는 33.6%를 기록해 3위를 차지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도 눈에 띈다.
그밖에 KB자산운용의 ‘RISE 글로벌원자력’ 30.5%,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29.6%,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 29.1%,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28.0%,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26.6% 등도 상위권이었다.
갑작스러운 급등 현상은 아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봐도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 등 중소형사의 ETF가 수익률 상위권 1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투자 열기에 중소형사 ETF 체급이 한층 커졌다. 전일 기준 중소형사 26곳의 ETF 순자산총액은 총 55조9740억원으로 지난해 말(44조6700억원) 대비 2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사 2곳(삼성‧미래에셋)의 ETF 순자산총액 증가율 13.5%보다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규모다.
중소형사 ETF 강세는 그간 집중한 테마형 ETF가 상승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결과로 풀이된다. 테마형 ETF란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일반 ETF와 달리 특정 산업 등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투자하는 ETF를 뜻한다. 주요 중소형사 6곳(한투‧KB‧신한‧한화‧키움‧NH아문디)은 2024년부터 이날까지 125개 ETF를 상장했는데 이 중 테마형 ETF는 55개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운용사별로 보면 신한자산운용은 테크 중심의 테마형 ETF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및 전력인프라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양자컴퓨팅, 원자력SMR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국내 시장에선 수출주로 떠오른 화장품 및 방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내놓으며 트렌드를 좇았다.
한화자산운용은 방산을 중심으로 테마형 ETF를 확장하고 있다. 2022년까지 5개에 불과했던 테마형 ETF는 2023년 방위산업 및 태양광을 시작으로 2024년 글로벌 방산 및 AI 인프라, 올해 양자컴퓨팅 및 휴머노이드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현재 17개로 급증했다. 특히 국내 방산 핵심 기업 10개에 투자하는 ‘PLUS K방산’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26.1%에 달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의료AI, 미국블록버스터바이오테크의약품+, 미국양자컴퓨팅 등의 ETF를 출시하며 AI와 의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금 채굴 기업, 반도체 핵심 공정, 뷰티, 전력 설비, 바이오 등 여러 가지 테마형 ETF를 내놓는 중이다.
그밖에 중견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기업에 각각 초점을 맞춘 ETF를, KB자산운용은 미국의 반도체‧AI‧양자컴퓨팅‧휴머노이드‧천연가스 등 미국 산업 트렌드를 전반적으로 담아낸 ETF를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지수 ETF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이미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경쟁하기는 굉장히 힘들다”며 “테마형 ETF는 상품 차별화를 할 수 있는데 후발주자인 중소형사는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테마형 ETF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테마형 ETF 전략이 굳건한 ‘ETF 2강’ 체제를 무너트릴지 주목된다. 9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46조2430억원으로 전체 72.3%를 차지한다. 작년 말(74.3%)보다 조금 줄어들었으나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여전히 크다.
중소형사의 ETF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행을 단순히 따르기보단 운용사만의 특색을 갖춘 ETF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실장은 “유행을 좇아 다른 운용사들 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단 운용사만의 고유한 콘셉트를 정하고 그쪽으로 특화해서 ETF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며 “퇴직연금에 특화한 ETF 상품을 만드는 것도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